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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도장이 필요해서, 우체국에 들렀습니다. 어림짐작으로 팔십도 넘었을 우체국장님?(직위는 그냥 내 생각) 돋보기를 쓰고 컴퓨터 앞에 앉아 3천원짜리 목도장을 새깁니다. 세월이란, 업그레이드 반복을 수도 없이 해도 스무살 되기 전의 어느 날,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처음 도장을 ..
열 세살이나 어린 남자랑 사는 여자가 있답니다. 여자 나이는 오십 중반이라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묻다가 이윽고 그럴싸한 답변 하나로 무릎을 쳤습니다. "여자가 흔할 것 같대도 너희처럼 사별한 여자들은 절대 딴 마음을 먹지 않기 때문에 또래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래. 다들 혼..
뚜렷한 병명을 알 수 없는 어머님은 한방치료를 해야겠노라 말했다 한다. 오관절이라 짐작했으나 뼈에 이상이 없으니, 그것도 아니고.... 근육이 저려오는 현상으로.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86세란 연세는 적지 않은 나이다. 동생 둘을 앞세워 병원 문을 들어서면서, 의사의 지시 사항을 ..
내 대신 총알받이로 자식이 셋이나 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내게 어떡하느냐는 물음보다 앞장서 살피고 잠자코 근황을 전해 엄마를 안심시키는 배려까지, 할머니께 달려간 아이들의 모습이다. 데면데면 한 달이 넘도록 침묵을 무기로 우습기 그지 없는 동생들을 제압하려던 큰 아이..
북어국이 한참 끓고 있을 때, 주방 쪽 등이 깜박 하고 꺼졌다. 지난 번에는 오른 쪽이더니 이번엔 왼쪽이다. 냉동실에 얼려 놓은 마늘이 깊숙하게 자리잡은 것 같아 그냥 두고 마른 마늘 한 쪽 막 다지려는데..... 손 쉬운 북어국 조차 귀찮다. 둘째가 오면서부터 청소도 손을 놓았고, 빨래..
시린 죽음을 목격하고도 상기시킬 수록 더 두려워질 줄을 누라서 알까? 먼산 바라보기가 일상이 되어 아직도 남의 일처럼 낯설기 그지 없는데.... 오늘로 육백사십여드레날, 그를 보내고 기막혀 산 잠깐 시절이 어느새 긴 긴 세월이 되는 줄도 모르고. 날마다 날마다 어제처럼 오늘을 살았..
세상이 막막한 여자는 그 남편을 보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를 수가 없어서 만만한 공장 기계를 붙잡고 소리쳐 울었단다. 명치 끝이 얼얼해 고춧가루 든 음식일랑 등진지 하도 오래 되어 심심한 나물만 먹으니 사는 낙 조차 바닥인데 가끔씩 들러 바깥 이야기 떠들어 대는 내가 얼마나 원..
"어쩐 일로 막내가 빨래를 다 널어 놓았을까?" - 둘째 언니가 아까 시켜놓고 알바 갔어요. 그리고 마른 빨래도 접어 놨어요. 엄마는 출타 중! 하룻동안 아이들이 가족 구성원이라 표현을 하며, 제 각각 할 일을 분담했다. 큰 아이는 엄마 사무실로, 둘째는 단기 알바 장소로, 막내는 학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