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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자식이라고....
    나의 글 2014. 1. 23. 19:09

    북어국이 한참 끓고 있을 때,  주방 쪽 등이 깜박 하고 꺼졌다.

    지난 번에는 오른 쪽이더니 이번엔 왼쪽이다.

    냉동실에 얼려 놓은 마늘이 깊숙하게 자리잡은 것 같아 그냥 두고

    마른 마늘 한 쪽 막 다지려는데..... 

     

    손 쉬운 북어국 조차 귀찮다.

     

    둘째가 오면서부터 청소도 손을 놓았고,  빨래도 손을 놓았더니 

    그동안 어찌 살았느냐 묻는다.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몰라!  기억이 안나!"

     

    이따 형광등까지 갈아 놓으라고 이르고는

    뜬금없이 언제 갈 거냐 물었다.

    있을 동안 아쉬운 일 또 없나 자꾸 궁리를 하는 나.

     

    둘째가 있으니 집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오래도록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일일이 돈 계산을 하며 밥을 사 먹어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당분간은 벗어나도 좋은 내 집이 얼마나 좋은지,

    객지 생활을 경험한 아이에겐 이깟 것쯤이야 일도 아니란다.

     

    나름 훑어낸 세상 이야기,  깊이 들어가면 안쓰러움이 더해질까.

    이젠 다 컸구나,  다 컸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기댈 곳을 찾다니. 

     

    잠깐이라도  참 좋다. 요즘.

     

    무엇이든 일시적 나태함은 뭐,  용서될 일 아닌가?

    우리끼린데......

     

    밤마다 웃고 떠드는 소리가 분명 거슬릴 터인데, 

    절대로 섞이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한 큰 아이는  본둥 만둥

    잠시 잠깐도 견디기 힘든 표정으로

    식탁 위에 쪄 놓은 게 한 마리 덥석 챙겨 들고 줄행랑이다.

    같이 먹자고 기껏 기다리고 있었건만 그 고집 참 대단키도 하지.

     

    나이가 들 수록 쉽지 않은 게 소통의 문제인가,

    작은 아이는 뭐 별 것도 아닌 것을 그러냐고 비웃지만

    큰 아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분노로 가득하다는데....

    둘 간의 한바탕 전쟁에서 한 놈은 끝이 났고, 한 놈은 여전한 것이 다르니.

     

    다시 기약없을 처분만 기다릴 뿐이다.

     

    타고난 성격을 가리켜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함부로 말 할 수도 없다.

    그 곳 어딘가에 내가 있을 것이라, 늘 가시방석으로 산다.

    누군가 그랬다.  그래도 맘 약한 놈한테 잘 해 주어야 한다고.....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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