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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쌓인 눈이 푹하게 풀린 날씨로 땟국물 줄줄 흐르는 아이의 얼굴처럼..... 질퍽한 도로여도 얼음판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현실은 언제나 낭만을 앞질러 아름다운 생각 마저 꺾어 버린다. 늑장 부릴 수 없게 긴 고민, 붙잡아 둘 수 없을 오늘은 어떤 고기를 낚을까? 풍랑을 피하려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날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제목에서나 가능한, 애쓰며 사는 것은 다 같지만, 자존감을 의식하며 제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므로 짧디 짧은 애달픈 사랑에 대해 미련을 두지 말자. 해질녘 괜한 서러움이 밀려 올라치면 우리의 ..
시간조차 게으름을 피울 오후, 플랫폼에서 서성이며 전철을 기다려 본 적이 언제던가? 돌아가려면 좌석버스가 나을까, 전철이 나을까 물었더니 마을버스 아저씨가 두 말도 않고 "전철이 당연 낫지요" 라고 했다. 번거로운 것이 질색인 나는 무조건 한 번에 쭈욱 직행하는 것이 좋은 성격..
동생에게서 얻어 온 막걸리 한 박스. 박스째로 내 차 트렁크에 실어주길래, 일단 챙기고 보자 그랬었다. 나눠 줄 사람이야 그때부터 생각하면 되니까..... 지난번 스키장 갔을 때 마침 맞게 필요해져서 얼마나 좋았던지, 경비 아저씨들도 주고, 청소 아주머니도 주고, 그녀의 남편, 남편의 ..
온 몸이 고단하여도, 그 후유증으로 버틸 수만 있다면 망각의 강을 건너도 좋을 이야기 하나는 만들어 둬야겠더군. 지나온 얘기는 하도 우려 먹어서 설사 못다 한 것일지라도 단 맛이든, 쓴 맛이든 저절로 퇴색되어져 탄력조차 잃을 즈음에 녹아 내린 분노를 다시 부여잡기도 무엇해 무엇..
한 시간 거리를 떠났다 올 때 보다, 두 시간 거리를 떠났다 오면 조금 더 나아지니 좋았고, 두 시간 거리 보다 더 먼 곳을 다녀오면 그보다 수월한 마음이 될 것을 장담했지만, 수학공식의 정답만큼 정확할 수 없는 마음을 지닌 사람인지라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껏..
삼성동 코엑스에서 3일간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어제 하루 다녀온 둘째는 녹초가 되어 들어왔다. 여덟시를 넘겼으니 시급 육천원이 올라간단다. "엄마, 이것 저것 잡다한 일을 다 시키는데 얼마나 힘든지 몰라. 책상도 옮기고 걸상도 옮기고 그냥 방학동안 집 청소나 할까?" - 언니는 ..
동사무소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러 가는데, 좁은 골목 주택가 철대문을 타고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힐끔 두리번거리더니 폴~짝 내려 앉았다. 타고난 재주다. 어찌 저리 가벼울까? 이윽고 전봇대 사이에 버려진 까만 비닐봉지를 뒤적일테지. 역시나 예상을 뒤엎진 못했다. 좌우로 눈치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