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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글픔은 이렇게도.....나의 글 2014. 1. 28. 12:37
막도장이 필요해서, 우체국에 들렀습니다.
어림짐작으로 팔십도 넘었을 우체국장님?(직위는 그냥 내 생각)
돋보기를 쓰고 컴퓨터 앞에 앉아 3천원짜리 목도장을 새깁니다.
세월이란,
업그레이드 반복을 수도 없이 해도 스무살 되기 전의 어느 날,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처음 도장을 새겼던 그 어느날로 잠깐 돌아가 봤습니다.
그 분의 안경 너머로, 나의 세월은 아무 것도 그려 넣지 않은 흰 도화지 한 장.
그땐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무슨 생각이라도 있기나 했을까?
다시 스무살이 된듯,
목도장을 받아 들고, 그 분이 하던대로 붉은 인주를 묻혀 몇 번을 찍어 봤습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욕심도 많지. 통째로 세월을 어찌 거슬러!
하얀 메모지 위에 선명하게 찍혀진 나의 이름 석자로
놓여진 앞의 세상이 더 이상 낯설지 않기를.
이것이 헛된 꿈이라면 마음대로 꾸짖어도 대들지 않겠습니다.
대기표를 뽑고도 한참을 기다려야만 할 은행창구의 직원에게서
그 원인이 카드정보유출 때문이 아니라,
설 명절이 이유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빳빳한 신권을 욕심내서 바꿔야만 속이 편했던 불과 얼마전의 내 꿈같던 시절은
모두가 남의 것이 되어 부러움조차 끝이 나고
바꿀 것이라면 만원권 스무 장 한도에서 가능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소용이 없어진 욕심.
헌 돈이면 어떻고, 새 돈이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정 그렇다면 흉내라도 낼 겸 주시오.
명절 기분이라도 내게......
참으로 씁쓸합니다. 봄날처럼 간밤에 내린 비는 가당찮은 겨울을 비웃고,
나는 마음 속에서 상처 투성이로 뒤뚱댈 뿐인 조용한 명절 풍경을 비웃자고 합니다.
얄팍한 새 돈이 내게 무슨 의미라고, 남들 하는 거 다 하겠나?
옹색한 마음 이렇게라도 덜 다치고 싶어 사람 속에 섞여 봤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상처가 온전함을 이룩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떠들어 본들 불현듯 찾아온 이 고독은,
성가실 뿐인 세상으로 나를 게으름장이가 되게 합니다.
우두커니, 먼산 바라보기 두어 번, 잰걸음으로 세월을 움직일까나?
내 가는 세상만 빠르게 움직여 주렴.
늙음에 대하여는 원망 않을테니......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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