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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쯤 되면 그냥 두어도 될 것 같아요. 자신만의 그래프를 조율할 정도는 되니? 그리고 지금은 꼭 공부로만 승부를 걸 세상은 아니고, 확고하게 추구하는 영역이 있다면 뭐, 괜찮은 것 같기도... 그렇다고 쟤가 공부를 안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엄마보다 더 완고하게 언니로써 충고한다..
"특별히, 아주 크고 반질반질한 놈으로 두 단이라 양도 꽤 될 거야. 시골 언니네는 한 단 짜리, 니네 집에 보내는 것보다 덜 좋은 것으로 보냈다. 너 한테 받은 것이 하도 많아서 이렇게라도 보답을 해야지." 경동택배를 불러 배 한 박스를 보냈다는 신림동의 둘째 언니, 받기도 전, 진이 빠..
음식점에서 소주 말고 청하 가격이 얼만가 봤더니 4천원이더군. 다른 술은 잘 모르고 오로지 청하만 마셨던 남편에게 소주보다 비싼 청하, 무슨 맛으로 마시는 줄 모르겠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모임이 있을 때면 친구들이 특별 대접이라고 챙겨주곤 했었지. 알고 보니, 뭐 그리 비싼 술도 ..
아주 짧은 기도 조차 생략하고 사는 삶이면서 자만에 빠질 때가 있다. 내가 좋은 것만 선택해서 사는 삶을 당연한 이유로.... 어느새 개학이 된 막내는 아침부터 교복 브라우스를 찾는다. 진작에 엄마 있을 때 말을 할 것이지, 집으로부터 얼마간 떨어져 나왔건만. 오늘부터 고모네 꽃가게 ..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 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 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 주나 휘~파람 소리....." 목청껏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노래방에서 뜬금없이 이 노래를..... 언젠가 67세의 배우 윤여정이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 했었다. 그 나이까지 아직 시간..
아이들 셋이서 깔깔 거리며 무사 귀환을! 손에 들려진 종합선물셋트 하나, 케잌 하나..... 선물셋트는 아가씨 집에서 들고 온 것, 케잌은 조카의 빵 집에서 외숙모의 생일이라고 주인도 없는데 알바생이 챙겨준 것. 어머님은 기어이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여든 여섯 쯤 ..
스위치를 내리지 않았어도, 이 날은 정전이 된 것처럼 적막함으로...... 둘째가 전날 다른 건 몰라도 명란젓 하나만 사오라고 일렀건만, 그냥 지나쳐 온 길, 냉장고 속은 텅텅 비어져 있어도 이번만은 무방비상태로 있기 위해 작정을 한 것처럼, 나는 홀가분하다. 깔끔하게 떡국 한 가지, 식..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마음이 받는 상처, 규명할 수 없을 이유를 들자니 다들 그리 산다는 말에 위로가 되면서도 착잡한 마음, 잠시 거두었다가 귀를 통해 전하여 지는 숱한 사연들.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하기 싫어서 생기는 고통. 그것이 삶이라지만 지혜로운 사람의 역할은 여지껏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