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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하는 외출은 여전히 눈이 부시다. 깜깜한 중에 숨어들기를 반복하다 보니.... 특별히 살 것도 없으면서, 복잡한 생각 분산이라도 시켜보자고 무작정 나선 걸음, 얼마 전 지붕개량을 새로이 한 재래시장에선 한바탕 지신밟기 놀이로 떠들썩했다. 정월 대보름이란다. 상아색의 도포..
잘못이라면? 그동안, 아이들과 나 사이에, 내게 부여된 그 모든 사람들 사이에.... 각인되어진 얼굴이 오로지 하나 뿐이었다는 사실. 내게도 각양각색의 표정과 노래가 있을진대.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듯 내려다 보는 스마트폰, 온종일 낄낄 거리며 자유로운 그들의 얼굴을 나라고 따라 ..
고통은, 희미해져 가는 기억의 잔상을 억지로 끌어올리느라 애를 쓰는 것, 세월은 예전의 나를 버리고, 달음박질치는데 머물자는 그리움은 형체도 없을 아픔으로 제 자리에서 맴맴 돌고, 잊혀지면 잊혀지는대로, 생각이 나면 생각나는 대로 마음이 가자는 길, 무심코 두는 일도 내 몫인 ..
설 명절이 지난 후, 차례, 제사 문제로 벌어진 동서지간의 신경전으로 심한 가슴앓이를 했던 아는 엄마는 이제나 저제나 내가 오기를 기다렸단다. 사정상 절대 전화를 먼저 한 적이 없던 사람인데, 그러기 전,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아슬아슬 궁금할 찰나에 등장하곤 했었던 나인..
아침 일찍 나와야 하는데, 어쩌느라 밥통엔 밥이 바닥을 보이고, 엄마 노릇은 해이해지는 순간 자격미달이 되는 것이란 생각에 부지런히 쌀을 닦아 앉혔다. 아침 시간은 저녁에 비해 두 배나 빠르게 지나간다. 마음이 바빠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냥 나온들 누가 뭐라나? 그저 할당량..
깊은 잠에 빠졌다. 그것도 아주 깊이.... 그런 중에 웅성 웅성 소리는 분명 들렸다. "엄마, 큰일났어. 지금 대피해야 해. 비상 사이렌이 울렸어!" - 내 버려 둬. 잘못 켜졌나 보다. 별 일이야 있을라고.... "무슨 엄마가 저리 안전불감증인지 몰라. 진짜라니까." 잠결에 계속 그냥 두라고 했었는..
고등학교 배정 발표를 졸업식이 끝난 후 점심까지 먹고 다시 학교로 와서 듣게 한 것은 잘한 일 같다. 일찍부터 했으면, 까딱 식음전폐 사태까지 갈 뻔 했으니 말이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 심장이 두근두근, 오그라 들었다, 펴졌다를 반복했을텐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아이들과의 카톡..
두 개의 눈으로만 바라볼 세상일 줄 알았는데, 가슴에서 움직이는 작은 소리, 임의적으로 가두어 둔 내 안의 장막이 눈물도 필요없게 서서히 옅은 색으로.... 들릴듯 말듯한 소리의 울림으로 비롯된, 신이 내게 허락해 준 시간은 여기까진가? 누구보다 외삼촌과 외숙모를 사랑하고 따랐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