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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가락시장에서 사들였던 열무 두 단과, 얼갈이 배추 한 단과, 크게 묶은 쪽파 한 단을 차 뒷쪽 트렁크에 두고선 새벽 두시 넘어서야 기억을 하고는 부랴부랴 가지러 갔습니다. 며칠 전에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서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은데 어디다 두었는지 도대체 생각..
상처로 가득했던 마음이 바닥을 친 후에는 다른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줄 알았다. 세상 일에 뻔뻔하리만치 용감해져서..... 양푼에다 밥을 쏟고, 온갖 반찬을 섞어 비빈 밥 한 숟가락 입 안으로 듬뿍 넣어도 포만감은 이내 허전함이 되어 두서없이 허둥대기를 종일토록 내린 비 때문이라 ..
30도를 웃도는 때이른 여름 더위가 맨 발로 신은 단화에 발바닥이 쩍쩍 달라 붙게 했다. 사전 투표를 하러 사무실 근처 아무 동사무소에라도 가면 되겠다 싶어 운전면허증을 챙겼다. 며칠 씩 나눠서 하는 투표 기간을 보자니 살아가는 일에 널럴한 융통성은 늘어난 나잇살에만 있는 것은 ..
매일 아침 안부로 대신할 안녕함은 사이버상 블로그에 올려진 음악이나 새로운 글일진대..... 벌써 일주일째 소식이 끊겼다. 실명도 모르고, 연락처도 모르고, 사는 곳이 바다 건너 샌프란시스코라는 것과, 나이가 60대 후반이란 것과, 그 사람이 남자라는 것과, 또 무엇이 있더라? 가끔씩 ..
시댁의 조카가 10월 어느 날로 드디어 날짜를 잡았다며 카톡에다 연락을? 만난지 한 달만에 결정하게 된 신랑감 얼굴까지 올려서는.... 시댁 형님의 막내딸 나이는 서른 넷이다. 급하게 서두른 이유가 무엇인고 물었더니 곧 서른 중반인데 아이를 낳으려니 더 버티면 안 되겠더라는 이유가..
긴 잠에서 깨어 보니 세상이 온통 낯설고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이 없어 나도 내가 아닌 듯 해라 그 아름답던 기억들이 다 꿈이었던가 한밤에 타오르던 그 꿈길이 정녕 꿈이었던가~~~ 아침부터, 임희숙의 "잊혀진 여인"을 운전하는 내내 반복해서 틀어 놓고는 청승맞기도 해라. 누가 ..
본디부터 없던 정을 되찾으려 한 일은 나의 불찰이다. 그 사람이 떠나고 나와 아이 셋으로 어설피 남았더라도 희망이라면 우리끼리 한번 제대로 살아봐야겠다는...... 시댁이라는 굴레. 그가 있었을 때는 방패막이가 된 그늘 뒤에 숨어 그럭저럭 사노라 독립된 자아엔 큰 관심이 없었다. ..
레이저로 군데 군데 놓여진 점을 지지는 소리에선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났다. 그 성분이 단백질이라서 그런지, 언뜻 삼겹살 굽는 냄새 같기도 하고.... 둥그런 전광판이 켜지면서 레이저기를 든 남자가 단숨에 얼굴 이 곳, 저 곳을 지지면서 그랬다. "약간 따끔할 수도 있으니, 아프면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