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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옷 정리를 했습니다. 늦어도 아주 많이 늦은 마음 정리를 이제사 하면서 흐르는 세월은 내게 무엇인가, 쓰디 쓴 약이기도 했지만 결코 삼키지 못할 만큼 지독한 것만은 아니었노라. 꽤 오랜 시간 마음 속에 간직해 두었던 차디찬 냉기를 이젠 거두어 내고자..... 혹시나 입을까 하여 ..
시장에서 동태 두 마리를 샀다. 바구니에 올려 놓은 작은 놈 세 마리가 나은지, 그 중 큰 놈 두 마리가 나은지.... 괜히 물었다가, 퉁박만 들었다. 혹시나 내가 택한 큰 놈이 훨씬 맛있지요? 그런 기대를 했었는데. 오늘따라 생선집 단골 아주머니도 기분이 별로인가? "맛은 차이가 없지!" 정..
이런 침묵의 시간들...... 잠시 잠깐 이러다 말 줄 알았던 버거운 시간들.... 아무래도 더 지나면 반 벙어리가 되든지, 표현되어질 말의 다양함마저 잊어버리든지 그럴 것 같습니다. 어떨 때 웃어야 하고, 어떨 때 울어야 할지 조심스런 시절, 네모난 상자 속에 흘러나는 슬픔은 파고 들면 들..
깊은 슬픔이 머문 자리는 말도 끊기고, 글도 끊기고..... 길게 늘어 놓을 넋두리, 실타래 풀리듯 풀풀 나오는 말이라고 다양하게 엮일 줄 알아도 마땅히 할 수 있는 표현은 속절없을 눈물, 그 뿐이다. 그리고 긴 침묵. 목젖 너머 타 들어가는 숯검정 애달픔은 절망 이후, 천 개의 바람으로 훨..
자식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말은 내가 나에게나 하는 것이지, 그들이 할 말은 아니다. 할머니 입장으로서, 고모 된 입장으로서..... 안쓰러운 당신들의 핏줄을 잘 보호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감시하는 일 조차. 오히려 자식이 무슨 소용 있느냐고 말 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다. 사람마다 ..
마음 둘 곳이 오로지 하나라면..... 라디오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 본들, 슬픈 노래, 희망이 들어간 노래는 이제 바닥을 드러냈는지 온통 팝송 뿐이다. DJ의 중간 말도 사라진지 오래, 연거푸 긴 음악으로 함께 숨 죽인 세상이다. 허우적 거려도 디딜 바닥이 없어 그대로 꺼져버릴 깊은 늪에 ..
남한산성 성지를 지나, 광주 중부면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천년찻집"이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름다운 4월의 어느 오후 풍경은 남한산성만한 데가 또 있을까? 가까이 있어서 지나치는 안타까움이라고..... 여유를 두어 올려다 본 사방으로 열린 하늘은, 곳곳으로 트여진 그 길들은. 이..
껍질까지 깎아서 삶아낸 감자는 파근파근한 것이 적당히 소금간까지 맞추어 있었다. 청소 아주머니가 내게 준 선물. 언뜻 보기로 작은 쟁반을 채운 따끈한 감자는 예닐곱개 정도. 병원 외래 진료 시간에 맞춰 나가느라, 두 개를 먹고...... 그대로 두었는데. 오후에 마침 야쿠르트 아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