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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갈께요!" 한 시간 일찍 학교 앞에 서면 회초리 하나 들고 선 선생님도 안 보이고, 경비 아저씨도 안 보이고, 삼선 슬리퍼를 신어도 지적을 안 당할 것이고, 그렇잖아도 복잡한 학교 앞에서 뉴턴을 하는 차 때문에 곯머리 아파 찡그리는 학교 관계자들 눈치도 없고...... 그래서 학교 ..
심란한 마음이 며칠이고 길어질 때엔 한여름의 늘어진 잠에서 이만 깨어나지지 않기를..... 긴 하품 속으로 기어든 시름은 저만치 졸음 뒤로 멀어져 가고 매일 그 시간이면 볼 수 있을 사람 몇몇이 웅성이길래 졸음을 쫓아 덩달아 기웃대는 오후, 무심한 하루가 또 지나가는구나. 혼잣말을..
"엄마, 정말 과외비 안 내 주실 거예요?" 지난 수요일,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버스로 하루 다녀오고, 다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또 하루를 지하철로 간다길래 짐짓 모른체 하려다, 엄마 차에 타라 했습니다. 고1 막내의 수학과외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일주일만의 일. 버스나 ..
어제도 오후 이 시간쯤에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다시 어둠이 깔렸다. 끈끈하게 달라붙은 티셔츠 사이로 스치는 바람은 이어 내릴 비의 예고편이다. 방앗간에 뜯은 쑥을 가져다 주고 한 말 맞추었던 쑥설기는 따끈할 때 바로 냉동실에 넣었던 것이라 전자렌지에 돌리지 않아도 몇 시간 그..
치매로 요양원 신세 1년을 넘게 지시다 며칠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문에 할머니는 요즘 식욕도 없고, 살 맛도 없다십니다. 팔십이 넘은 연세에도 아침마다 단장을 하고 가는 곳이 있었는데 이젠 그 마저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남아 돈다 합니다. 알아보지 못해도 살아서 마주할 수 있는 ..
언니가 있는 사무실 근처의 어미 고양이 한 마리가 119 차에 실려 갔단다. 3년째 같은 장소에다 일정한 시간 먹을 것을 놓아 주었더니, 온 동네 고양이들이 다 그 곳으로 모여들자 그 중 견디기 힘든 동네 주민 하나가 신고를 했다나? 주범인 고양이만 없애면 된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딱 한 ..
"아빠도 없이, 이 세상에서 불쌍한 내 새끼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혼내선 안되고,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되고, 어디다 내 놔도 흠잡을 것 없는 내 손녀들이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 손녀들의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인 줄이나 아시오? 스물 넷, 스물 하나, 열 일곱..... 이젠 유치원생이 아니..
이 맘때면 가락시장에 찰옥수수가 나왔을 것도 같은데..... 그래서 그 곳엘 갔습니다. 마침 그 옆 아파트에 후배가 살아 내친 김에였습니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시장의 풍경은 예전 같지 않아도 자주 왔던 곳의 향수에 한번 취해보는 일, 오늘 나의 마음은 무척 한가합니다. 임시 공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