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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상처.....나의 글 2014. 6. 3. 16:02
상처로 가득했던 마음이 바닥을 친 후에는
다른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줄 알았다.
세상 일에 뻔뻔하리만치 용감해져서.....
양푼에다 밥을 쏟고,
온갖 반찬을 섞어 비빈 밥 한 숟가락 입 안으로 듬뿍 넣어도
포만감은 이내 허전함이 되어 두서없이 허둥대기를
종일토록 내린 비 때문이라 했다.
사무실 위 야트막한 산에서 때 늦은 밤꽃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도
어느 때 야한 이야기 한 토막이라며
비릿한 그 향에 대해 질펀한 비유를 떠올린들 흥도 없을 오후,
여자가 그런 농담을 하는 일은 없었다. 남자들의 전유물이지.
그러고 보니.
비는 여전히 쉬었다, 내리다를 반복했다.
우두커니 사무실에 있는 것이 갑갑해 자동차 안으로 기어들었다.
빽빽히 들어 찬 전화번호 중 마음 둘 데 하나 없이, 많이 쓸쓸하다.
전라도 보성에 사는 일흔 셋의 제일 큰 언니에게 전화를....
그곳에도 이처럼 비가 내리려나? 그런가고 물었다.
이제 막 고추밭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무슨 일 있는지 묻는 언니가 엄마 같다.
"비가 와서 장사를 안 갔나? 이 곳도 종일 비가 내리고 있구만."
하기사 나 태어났을 때, 큰 언니도 아들 하나를 낳았다고 했었다.
오래 못 살고 멀리 떠나서 그렇지.
되도록 누구에게라도 성가신 사람이 되지 말자고
깔끔하게 뒤끝 없이 사는 사람이 되자고 늘 다짐을 해도
오늘은 이상타.
어떤 말에도 끄떡없으리란 다짐과 무관하게
애맨 소리 한 마디에 그만 바닥으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그것을 주우려고 다시 뒤뚱거리는 통에 넘어져 무릎이 깨지는 불상사까지....
지나가던 아저씨 둘이 어디 다친데 없느냐 한참을 물었다.
비도 내리는 날에, 이 무슨 일인가.
이런 때의 나는 참 바보같다. 멍하니 혼이라도 나간 것처럼.
엄마같은 언니의 위로가 필요했다.
상황이 비슷한 언니가 살아온 한세상 들어두면 위로 좀 될까 해서.
"시집 식구가 뭔 필요?"
혼자 된 후로 언니가 늘 내게 힘주어 하는 말.
당연히 그들 말고는 동생을 괴롭힐 사람은 없다고 믿는 언니다.
개개인 사람이 나쁠 것이 무언가? 그 위치, 상황이 사람을 버겁게 만들어서 그렇지.
진정으로 자유롭기를 꿈꾸지만,
얽혀진 칡처럼 질긴 인연의 끈 또한 나의 과제로.....
애맨 소리에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차라리 한바탕 하고 나면 좀 나아질까?
한번도 해 보지 않은 행동을 새삼스레 하는 것도 좀 그렇다.
원래 그런 사람, 그러려니....
떠난 사람만이 억울하고, 아까운 일에
살아있는 사람은 과연 온전한 평화이던가?
살아 있으나, 죽으나
천국도 같은 것이고, 지옥도 같은 것일진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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