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랩] 아무 생각 없이 살기.....나의 글 2014. 5. 31. 17:42
30도를 웃도는 때이른 여름 더위가
맨 발로 신은 단화에 발바닥이 쩍쩍 달라 붙게 했다.
사전 투표를 하러 사무실 근처 아무 동사무소에라도 가면 되겠다 싶어
운전면허증을 챙겼다.
며칠 씩 나눠서 하는 투표 기간을 보자니
살아가는 일에 널럴한 융통성은 늘어난 나잇살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표소에서 일곱장의 투표용지를 들고 망설임도 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이름을 분석할 시간이 어디 있었던가?)
그냥 동일하게 같은 번호에다 도장을 찍고 ....
무의식 중이라면서도 나름 의식은 조금 섞여 들었던 걸지도 모르지.
한참을 걸어 나오는 길,
고개를 구십도로 숙이며 인사를 하는 몇 몇의 젊은이들이....
이 곳 시장 출마를 했다는 분의 아들과 딸이라고
잘 부탁한다며 명함을 내민다.
난 이미 투표를 해 버려서 의미도 없을터인데
모른체 하려다 오던 길 되돌아가 오지랍을 넓혀 보았다.
"이미 투표하고 왔어요."(내가 너희에게 한 표를 주었노라는 속으로 하는 말을 되뇌이면서)
아마도 그들에게 작은 안도를 더해 주고 싶었던 때문이었을까?
잠시동안이지만 너의 편이 되어 주었다는 의기양양한 암시 비슷한 것?
아직은 인사만이 살 길인 앳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가 "고맙습니다"란 인사를
그 후로 몇 번을 더 했다.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예기치 않게라도 누군가의 편이 되고 나면, 그때부터 낯설지 않은 친숙함이 생기는 일.
불편한 줄 알면서도 어딘가에 예속되어지고 싶은 외로움.....
혼자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싫은 이유다.
나온 김에 작은 트럭에서 양말도 몇 켤레 사고, 덧신도 사고,
옷 가게에 들러 곤색 블라우스도 사고, 거기에 맞추기 좋은 코발트색 바지도 사고,
아무 생각 없이 떠도는 바깥 바람도 쐴 만은 하다.
사는 일에 불안함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으니 그냥 그냥 친구 삼아 가는 길,
때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 옅어지기도 하고, 다른 일로 덮어씌여지기도 하고....
그러므로 되도록 깊은 생각을 삼가는 연습에 열심이어야 한다.
세상은 내 뜻대로, 내 계획대로 가 줄 수 있을만큼
유연하게 가는 길이 아님을 내 모르지 않으니
진지함만 버리고 가도 수월할 것 같기는 하다.
설렁설렁 가벼운 걸음으로, 하나씩 둘씩 버리면서 가자꾸나.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기억에서 지워진 것들..... (0) 2014.06.05 [스크랩] 상처..... (0) 2014.06.03 [스크랩] 사이버 상의 안부! (0) 2014.05.30 [스크랩] 안부..... (0) 2014.05.28 [스크랩] 니들이 엄마처럼 살아서야 ...... 더 잘 살아야지 (0) 201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