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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과 함께 영화 볼 거면 베테랑도 괜찮지만 엄정화 나오는 미쓰 와이프 영화가 더 나아. 코미디인줄 알고 봤는데 눈물 나더라." 안나 언니가 내게 팔짱을 끼며 일러 주었다. 범계역 양꼬치집에서 안나 언니네와 로사네 부부를 만났다. 무슨 저녁 약속이 이리 많으냐고 귀찮다 푸념하는 ..
노트 한 장을 찢어서, 그가 없는 일주일 동안의 bucket list(버킷리스트)를...... 다빈이 등교, 다빈이 야자수업 끝나는 시간에 데리러 가기, 함께 영화 암살이나 베테랑 보기, 아침 일찍 사무실 도착하기, 아이들과 삼겹살 구워 먹기 등등. 어제 오리고기집에서 헬레나 언니는 '자유부인이네? ..
당연한듯 스며든 인생이 미안해서 어색한 척 할 때가 있다. 불평 불만이 있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라는 사람도, 안 그러면 두고 두고 나에 대해 모르며 살 것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 속도 없이 웃기만 하는 나를 보면서 자기들끼리 그랬단다. 함께 어울려 운동하..
더위가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다 좋기만 한 걸까? 모두가 그 때를 기다리니....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 오늘 사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될 터인데. 전혀 무관하다는 답변을 두고 왜라고 물을 수 없었다. 느끼는 감정이 다름을... 눈치 빠르게 대처 능력도 부족하고, 어설프기 이를데 없는 ..
깜깜해진 하늘에서 우르릉 쿵쾅 천둥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폭염특보 지속발령중!" 긴급재난문자가 어제에 이어 오늘 문자로 발송받은 지 세 시간 만이다. 찌는듯한 더위도 지나고 나면 그리울 것을 알면서도 당장 견디기 힘든 일에 우리는 참을성의 한계로 ..
"내용이 심각한 것 보다는 차라리 마당극이 좋은데...." 명성황후 뮤지컬을 보러 가면서 그가 말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말 편안한 사람 알비노, 알레나 부부가 청했으니 기꺼이 응했지만,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 앉아 있기는 벌써부터 지겨운 느낌이 드는지. 8시가 공연시작이니 저녁으..
속살이 뻘건 복숭아는 맛이 없다? 살짝 푸석푸석한데다 깊은 맛은 커녕 뉴슈가 탄 물에 담갔다 나온 그런 맛, 아무래도 다음 날부터 긴 휴가를 떠날 거라던 과일집 아저씨의 한 마디에 속은 것 같다. "복숭아는 이런 게 맛있어요...." 부천 김포장어집에 모인 사람은 남자 형제로만 여섯이..
어느새 반쯤 금고가 되어버린 냉장고 윗칸의 돈이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 CCTV 촬영 중이란 팻말이 있음에도.... 이런! 귀신 곡할 노릇이.... 어제 저녁 한 아저씨가 물건을 사러 와서는 분명히 만원짜리 넉 장을 세어 넣는 것까지 확인되었는데 이후로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기사, 새벽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