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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병원 웰빙센터, 도착한 시간은 오후 네시였다. 종합검진 중에 수면 내시경이 있으니 필히 보호자 동반이라고 귀찮게 자꾸 말한다는 그의 얼굴이 떠올라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대기실에 들어서자 마자 간호사에게 "** 씨 검사 다 끝났나요?" - 예. 지금 회복실에 계시니 좀 있으면 ..
되새김질 되는 슬픔일랑 이만....... 세월이 저만큼 먼저 달려가는 이치를 깨닫게 되면 언젠가 우리도 떠나갈 사람임을 이내 알 것이니. 모르는 이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듯 아무리 일러 준들 깨우칠 수 없을 무지를 어찌해야 할지... 자기만의 고집과 생각에 앞뒤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
부러 내는 얹짢음은 많이 부끄럽고 미안해서다. 아직은 온전한 서로의 내가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매 순간 조심하고 마음 살피는 일 또한 게을리 해선 안 되는 삶. 속 없이 부러울 일상에 왠 속앓인가? 그러게. 생각을 접으면 그 뿐인 것을...... 여든 아홉의 어머님은 거의 1년을 병원에 있었..
자리를 자주 비우다 보니 전화기의 울림도 간간이 ..... 이러다 아주 잊혀질까? 오래된 이 곳이 내겐 참 편안한 곳인데. 어찌 알고 외사촌 **이 전화를 했다. "나 좀 만나 줄 수 있니?" - 왜? 무슨 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내 집 저당 잡히고 천 오백만원만 어떻게 안 될까? 네가 안 되면 ..
이왕에 참기로 했으면, 더 견뎌 보자.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하는 일이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나 또한 그들이 되어 볼까, 작심을 수도 없이 해 보지만 할 수가 없으니 도대체 어려운 일이다. 마음 속 모든 말을 어찌 그리 다 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를 내 안의 양심조차 부끄럽게..
낯선 곳도 한 번이 더 되면 떨림이 덜 하다. 작년에 이 도시는 아니지만 왔던 곳, 아침 해는 우리나라보다 한 시간쯤 빠른듯 다섯시부터 해가 중천에 뜨기 시작했다. 사는 동안엔 수시로 더하기 빼기를 반복할 인연들이지만 처음처럼 소홀함이 없도록.... 주일 오후에 늦은 미사를 드리면..
마주 내리쬐는 볕이 어찌 이리 따가운지, 하도 눈이 부셔서 운전 하는 내내 갈짓자로 헤매이면서도 투정할 수 없었던 건 이 좋은 계절 가을을 아껴 써야 한다기에...... 계절이 바뀌고 바람소리가 스칠 때마다 쌉싸레한 먹물처럼 상쾌하다. 가깝든지, 멀든지 날마다 길 떠나는 마음 속엔 그..
먼 훗날, 미안하다는 말은 남기지 말고 떠나야지, 누구에게라도.... 2012년 3월, 그의 손글씨 메모를 발견했다. 중환자실에서 비뚤비뚤 간신히 써 내려간, "미안해,*** 야!" 그 때는 지금에 비해 운전도 서툴렀고, 왜 그리 어설픈 것 투성이었을까? 최선을 다 했었던 거라면서도. 지금 돌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