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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 예, 말씀 하세요. "지난 명절에 그레고리오 형제 산소엔 갔는지...." - 가지 않았어요. 바쁘다 하면 핑계일테고, 그냥 그래서. " 상관 없는데, 날 지나고 난 다녀왔잖아." - 여자와 남자의 입장은 많이 다른 듯 해요. 야속하단들, 지금에 충실하기 위한 나의 ..
야쿠르트 아주머니 등 뒤로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슬며시 앉았다. "왜 내가 오니 하던 말을 멈추요?" 무작정 소외당하는 느낌! 그리곤 지팡이를 접으며 "지금 파는 것이 뭐요?" 아주머니가 옆의 나에게 눈을 찡긋하며 '저 할매가 치매야.' 날마다 사서 마시면서도 정신이 깜박깜..
홈쇼핑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건조기가 꽤 쓸만하다. 당장 쓸 일이 없어 귀찮은 물건으로 성급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듯 몹시 귀한 쓰임이 되는 걸 보면, 기다림이란 때로 교만한 우리를 한없는 겸손으로 이끈다. 때 지나면 뭉그러질 사과며, 가지, 호박, 고춧잎 등을 이렇듯 깔끔하게 말..
크려면 좀 더 있어야겠지. 8월 말에 씨를 뿌리고 오늘 이만큼인데 지금으로부터 한 달쯤 후면 장대처럼 헐렁이는 연한 이파리, 튼실한 뿌리에 걸맞게 청록색으로 변해 갈 것을 기대한다. 솎아 주어야 한다지만, 나는 아직 그 일에 서툴러서.... 모양 안 나는 가지를 한 바구니 따고, 자주 못..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해묵은 감정이 깃털처럼 가벼워질리 없지만 그런대로 웃음이 되다. 부담스러웠던 어머님의 전화를 기꺼이 응대하면서, 당신에게 위로가 되어야 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언제 한번 감사의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참 좋은 사람 같다.." - 예. 굳이 침울한..
셋이서 그 길을 가며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 아빠에게로 가는 길..... 애써 묻지 않았다. 알아서 챙길 줄 아는 마음이 훌쩍 커 버린 아이들. 외로움을 남의 탓이라 여기지 않게 된 것도, 무조건 함께여야만 회복이 빠를 것이란 안개속 불투명함에서 스스로 거두어 낸 슬픔이야 말로 진정..
일단 떠나고 보자. 머물러 있는 시간동안 견뎌야 할 고통이 두려워서라기보다 그냥..... 왁자지껄 복잡한 명절은 이제 남의 것인양 사라진 시간이 되어진 지금. 그것이 전부였던 때보다 오히려 홀가분할 거라면. 뒤돌아 보며 홀로 빠져 나온 미안함도 접고, 움켜쥔 집착이 모두가 먼 산이 ..
그가 건네 준 소곡주 두 잔 때문에 밤 마실은 건너 뛰었다. 어제 저녁 다빈이를 만나러 갔어야 했는데..... "오늘은 밤 마실 안 가나?" 내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듯, 물어 주는 마음에 뭉클했다. - 운전하면 되나요? "하긴 그래. 조심해야지. 요즘 다빈이는 학교를 새벽 같이 가니, 저녁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