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으로 휴대폰 기기를 바꾸면서 둘째가 저장해 두었던 사진들이 속속 엄마의 카톡으로 보내져 왔다. 예전 어릴 적 새 집으로 이사가면 화분이나 세제를 사들여 오는 풍습처럼 한 놈은 집에서 사용방법을 알려 주느라 애쓰고, 멀리 있는 놈은 부지런히 갖고 있는 것을 퍼 나르느라 ..
이틀째 내리는 비는 마치 여름 장마비 같다. 병원에 입원을 하면 일주일을 넘기라는 이유가 보험회사에다 제출할 서류를 충족시키자는 것도 다른 이유가 되었다. 입원후 3일까지는 보험 적용이 안 되고, 8일간 아이가 입원해 있었으니 3일이후 부터 5일간 입원비로 꿈나무 보험에서 10만원..
있는대로 엄마의 화를 돋구는 큰 딸, 병실에 있는 것을 감안해서 될 수 있으면 참으려 했어도 도저히 안 되겠었다. 할머니가 병문안을 오면서 재활용비누 한 개, 상추 한 봉지를 갖다 놓았길래 무겁게 뭐하러 갖고 왔대니? 혼잣말로 했던 것 뿐인데 예사로 듣지 않은 큰 아이는 "그냥 고맙..
물색의 짧은 와이셔츠에다 별 모양의 뺏지를 왼쪽 주머니에 단단하게 꽂아서 외출 준비를 하는 막내, 나름 포인트를 주었나 보다. "엄마 아빠 와이셔츠 중에 약간 분홍빛 나는 것도 있지 않아요?" 겨울엔 겨울이라서 아빠 잠바를 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여름엔 여자 아이가 남..
우리가 애써 조르지 않아도 이만 퇴원이 가능하다는 병원의 소견, 일주일은 지나 봐야 병에 대한 경과의 안전함을 알수 있는 건지..... 결국 가벼운 염증이었다. 곧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고 나면 사람은 겸손해 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감사까지 잊어버리려 한다. 큰 병이든 작은 ..
며칠동안의 어수선한 파장이 이만 멈추는 가 싶으니 TV 드라마 내용이 궁금해졌고, 이것 저것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5일째, 이대로 딱 죽을 것만 같았던 고통의 시간을 지낸 후 이젠 먹을 것이 눈에 아른 거려 미칠 것 같다는 아이가 요리 방송만 줄곧 켜 놓고 있다 했다. "엄마..
아이가 있는 병실 옆 침대의 50대 초반 여자는 난소에 있는 물혹 수술을 했단다. 2년에 한번씩 제거하는데도 완전한 치료는 장담할 수 없어 6개월마다 검진을 하면서 계속 몸 상태를 확인한다는 여자, 이번이 세번째 수술이었다고 했다. 아이가 깜짝 놀랄만큼 아파 있는데도 별 일 아닌 듯..
아빠가 빠져 나가고, 쓸쓸함과 허전함이 조금 익숙해질 즈음 지방으로 대학교를 간 둘째가 빠져나갔고, 그런대로 남은 셋이서 현상유지나 잘 하자는 식으로 연명을 하다 큰 얘의 일시적 부재로 우린 단 둘이 되었다. 중학생인 막내와 나, 집이 참으로 넓다고 느껴졌다. "다빈이, 엄마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