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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앞 번호를 바꾸면 누가 모를 줄 알고? 목소리가 그 목소리인 걸, 지금이라도 독촉을 해서 미처 받지 못한 미수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남편과 함께 둥둥 떠나보내기로 작정하면서 그들이 먼저 미안해 하며 연락을 하기 전까지 내 쪽에서 알은체 하지 않기로 했건만 가끔 어떤 이..
커텐을 드리우고, 아늑한 방 만들기에 성공을 이룬 세인이는 이번엔 다빈이 방, 거실까지 욕심을 낸다. "엄마 인터넷으로 잘 골라서 멋지게 해 놓을테니 허락만 해요." - 믿을만 하니 어디 근사하게 꾸며 봐. 엄마는 시간이 없으니까.... 너라도 그리 한다면 좋은 일이지. 아이가 분위기를 ..
환경이 사람을 그리 만든다는 말,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말이지만 오해가 이해로 풀리기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 나 지금 신촌에 있는 학교에 강의 들으러 왔는데 막내이모 본 것 같아. 여러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지나가는데 엄마가 표현했던 것 처럼 성격이 이상한 것 같지도..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 원만하지 못한 성격이라는 것을... 할머니와 고모가 아빠만 못 살게 굴었지 엄마한테는 직접적으로 그러진 않은 것 같은데 엄마는 왜 그리 싫은 거예요? 본전도 건지지 못할 돌직구였다. 아빠가 괴로웠다면 엄마는 그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있었을까? 우린 ..
경기도 광주 "경복궁"이라 이름 붙여진 한정식 집에 다섯 부부가 모였다. 얼마 전 딸을 출가시켰고, 집도 새로 지은 감사의 보답으로 아름이네가 통 크게 한 턱 쏜다 했다. 평소, 부부끼리 짝을 이뤄 함께 앉아 식사하는 분위기였다면 뜨악할 수도 있을 터인데 늘 남자들, 여자들 따로 자리..
크림색의 화장대가 세인이의 방에 얌전히 놓여졌다. 잡힐 손 없이 허전한 자신의 방에다 오렌지색의 암막커텐도 설치하고, 모처럼 안락함의 향기에 취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새벽부터 긴 꼬리가 달린 원숭이 복장의 옷을 입고 왔다 갔다 하는 막내는 체육대..
몸이 떨어져 있다 해서 반드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 우리 큰 아이가, 엄마인 나는 보다 넓은 가슴이 되지 못해서 내 눈에서 멀어지면 점점 더 멀어질까봐 두려운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가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은 그까짓 눈에 안 보이는 슬픔이야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모..
핸들 왼쪽 뒤에 LPG 버튼을 괜히 눌렀다. 엊그제 퇴근 시간에 시동이 안 걸려 자동차보험회사 긴급출동을 불러 무언가 잘못 눌려진 것이 있나 보다, 그래도 불안하면 카센타 한번 가서 점검받아 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을 걸 그랬나? 어제 퇴근 시간에 다시 시동이 안 걸렸다. 이것 저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