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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라는 사람, 삼우제를 끝으로 남편이 떠나고 1년이 넘도록 시댁 식구 일체 그 누구와도 왕래를 하지 않았답니다. 아이들 셋이 때 되면 급하게 할머니 얼굴만 보러 갔고, 돌아오는 보따리에 김치, 고추장, 밑반찬 등이 딸려 오면 그냥 닫혀 있는 마음의 문, 그런가 보다 그렇게 냉장고..
엄마처럼 자식한테 모성애 없는 사람은 처음 본다. 진짜 그런 거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바쁘니까 그 핑계 있어서 다행이다. 아프다는데 옆에서 웃으면서 바쁜데 어떻게 하느냐는 엄마를 보면서 난 나중에 어떻게 엄마를 기억할까. 성당 가서 백날 기도하고 돈 내면 뭐해.... 자식들한테는..
이래 저래, 갈팡질팡 맘 아픈 일로 고민이 많을 땐 차라리 모든 것이 끝나 버린 후가 더 홀가분할 지 모른단다. 이제 더 이상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할 의문형으로 끌어안을 갈등과 고뇌도 사라졌으니..... 1년을 살든지, 100년을 살든지 삶의 질이 중요한가? 삶의 양이 소중한가? 소멸의 과정..
거실에 커텐을 새로 달았다. 비오는 토요일 늦은 오후, 택배로 도착한 커텐봉, 커텐이 들어있는 박스를 펼쳐놓고 엄마가 가지고 올 전동드릴을 기다리고 있던 큰 딸은 벽에다 어설프게 못 질을 하는 엄마를 향한 타박이 많았다. "원래 이런 건 다 엄마가 하는 일인데, 아빠들은 원래 바깥 ..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 일이 왜 신기해야 했는지, 아니, 그보다 왜 화가 났는지 모를 일이다. 내 안에서 꿈틀대는 악마가 잠시 심술을 부린다. 누구는 살아났고, 또 다른 누구는 생을 달리 하고, 열심히 살아내느라 애쓴 건 다 같을진대 이젠 운명이란 이름 하에 이글대던 분노가 잠재워질 ..
일주일 전엔 경사진 도로에서 시동이 스르르 꺼져서 접촉사고를 내더니, 오늘 퇴근 시간엔 평지에서 다시 푸르르 시동이 꺼지면서 멈춰섰다. 다행이라면 사무실에서 멀리 떠나오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 수습하기가 덜 무섭다는 것 말고는 다를 것도 없건만 이젠 더 이상 고장이 잦..
새벽 다섯 시만 되어도 날이 훤하게 밝으니 깜박 여섯시 인 줄 알았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전화라니? 아시는 분이 도저히 답답해서 못 견디겠었는지 "나 정말 경남 합천에 가기 싫어. 얼마 전 내 오빠가 살고 있는 그 곳에 놀러 갔다가 덜컥 집 계약을 하고 왔잖아? 내 나이 예순 여섯인데 ..
나와 가장 가까워 하루에 한 번씩은 반드시 전화통화를 해야만 하는 둘째 언니의 나이는 예순 여덟살, 그렇게 내게 연연하는 고마움을 감히 성가시다는 핑계로 가끔은 전화벨이 받을 때까지 수도 없이 울려 대도 들리지 않을 곳으로 더 멀리 멀리 도망을 치기도 했었다. 도망을 간들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