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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기말고사 마지막 날인데 중3 막내에게서 연락이 올 법도 하건만 감감 무소식이다. 극성스런 엄마도 못 되면서 막내에게 무심코 기대를 건다. 그보다 먼저 영어학원에서 문자가 왔다. "오늘 시험이 무척 어려웠네요. 지난 번 조금 쉽게 나와서 선생님들께서 작정하고 어렵게 내셨더..
어제는 검은색의 나비가, 오늘은 하얀색의 나비가 허리춤의 높이에서 너울너울 춤을 춘다. 괜한 집착을 보인다. 혹시나 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이라도 해보려고 했다. 비 그치고 난 축축한 날에 빈번하게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에 그리움을 가장한 나의 헛헛함은 하..
1,000원이 더해지고, 다시 2천5백원이 더해지다, 이젠 오백원, 다시 2천원으로 마무리? 이젠 다 된 것인가? 그럼에도 무사히 도착했으니 일단 한숨 돌리고.... 한 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두 시간을 훌쩍 넘어 약속 시간에 늦게 생겼으니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인 큰 딸이 3박4일 ..
아침 일찍부터 경기도 의정부를 지나 양주엘 갔다. 새벽 다섯시 반, 조수석만 남겨 두고 박스로 가득 채운 나의 자동차가 제법 묵직하다. 남편이 있을 때부터 사무실 일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동민엄마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을 하니 선뜻 그 시간에 조수석을 챙겨 앉아 주었다. 이른 시간..
상처를 준 사람이었다 생각했을 때의 감정과, 받은 상처에서 해방되었을 때의 감정이 이렇게 다른가. 물론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폭풍이 내리칠 거라는 예보가 언제 있었다고 온통 비바람이다. 구조가 허술한 아파트 어느 층에선 방충망이 날아서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그라졌다...
"어머니, 용돈을 입금시켜 주십사 합니다." 여름방학이 되어 집으로의 귀환을 꾀한 둘째 아이의 간곡한 청이라며 몇 번에 걸친 카톡 문자, 가엾은 이모티콘까지 곁들여서... 매월 1일에 입금시키기로 약속을 했었어도 이번엔 집에 있으니 생략해도 될 줄 알았건만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
"나를 찾아서 연락해 준 거 고맙고 다시 언니를 찾은 게 내가 참 잘한 일이야." "일년의 반이 훌쩍, 이른 새벽 눈 떠 보니 너희 엄마로부터 문자.... 아니지, 이모가 밤에 보낸게 먼저지? 네가 언니를 생각하듯 이모도 너희 엄마를 항상.... 내일은 절반이 아닌 온전한 일년치 몫을 위해 우리 ..
때론 큰 바위라도 번쩍 들어 올릴 거인이 되어 쿵쿵, 내 발자국 울림에 살아있는 나를 응시하곤 했다. 멀찌감치 다른 내가 되어 어찌 살아내는지.... 아파트 현관문의 밧데리가 다 되어 먹통이 되었고, 아직 한 달 도 안 된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어처구니 없을 곤경에 넋이 나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