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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을 하는 사촌 언니에게서 한 아름의 빵을 챙겨 와야 하니 "엄마, 나 좀 데릴러 오세요. 버스타고 가도 되는데 케잌까지 있어서...." 그 곳이 잠실대교 끝자락, 이 저녁에 둘째를 데리러 가게 된다면 오늘 나는 같은 길을 두 번 가게 되는 셈이 된다.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을 켜지..
느닷없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도착한 곳은 송파의 어느 병원. 동생이 가끔씩 피곤할 때 맞아 두곤 하는 영양제 주사를 맞잔다. 볼모로 잡혀온 사람처럼 이 나이에 새로이 차트를 만들고, 생년월일을 적고.... 의사인 동생 친구가 의아한 듯 묻는다. "언니, 그럼 아이는 어떻게 낳았어요? 이..
여름이라 자정까지 영업을 하길래 마감시간 30분을 앞두고 집 근처 롯데마트엘 갔다. 대전에서 하숙생활을 경험한 둘째는 집에 오니 좋은 점을, 그곳에선 계란후라이 하나를 해 먹으려 해도 계란이 있으면 후라이팬과 식용유가 없고, 김치볶음밥을 해 먹으려면 후라이팬은 있는데 김치와..
사람들은 위한답시고 다짐 하나를 둔다. 이 세상 믿을 사람 없으니 속에 담고 있는 말 전부를 절대 하지 말라고, 아무리 친하다 해도..... 술에라도 흥청망청 취해 본 일이 없으니 그것 만큼은 누가 뭐란들 자신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를 생각하는 그들은 올곧은 목표물 하나 행여나 그르쳐..
오늘같은 날엔 김수희의 노래가 어울릴 것 같다. "지금도 창 밖엔 비가 내려요. ....... 그대여 갈 땐 가더라도 지금은 가지 마세요. "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전화번호를 훑어내려간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흡족한 마음이 될까? 이럴 땐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우울에서 이겨내는 일이다. ..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 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
한 아이는 청소기를 밀어야 할까? 고민을 하고, 다른 한 아이는 그냥 두라고 말을 하고, 또 다른 한 아이는 그저 관망만 할 뿐입니다. 다시 한 아이는 엄마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부지런히 인맥을 넓히라 하고, 다른 한 아이는 이제 와서 무슨 인맥이냐며, 애써 무리수를 두지 말라..
굵은 소금, 뉴슈가를 적당히 물에 섞고 다시 한 솥의 옥수수를 쪘습니다. 아직 누구를 주어야 할지 정하진 않았습니다. 가스에 불을 올리고 나서 떠올려도 늦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정작 우리가 취해야 할 몫은 그 중 몇 분의 1도 안 될 것을 나는 이렇게 늘 무리수를 둡니다. 오늘도 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