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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모래가 들어간 듯 까칠까칠 예사롭지 않다. 노안이 오려나? 눈이 침침하기까지 하다. 피곤이 겹쳐 잠이 부족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다 모른체 푹 쉬어주어야 한다는데..... 우선 견딜만 하니 그리 하지 않는 나를 가리켜 언니 하나는 이렇게 말을 한다. "넌, 구경할 것에 미련을 ..
아침에 허둥지둥 정신없는 일을 한바탕 치르고 점심 즈음 은행엘 들렀다. 금요일이라 꽤 바쁠 줄 알았는데 군데 군데 손님이 헐렁한 것이 얼른 일을 보겠다 싶었는데, 내 앞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통장을 분실하고 재발급을 받으려는 70대 초반의 부부, 계속 엇박자로 티격태격 등을 돌..
정확하게 오전 9시, 스마트폰의 벨이 울렸다. "다빈이 어머니시죠? 저 다빈이 담임인데요. 다빈이가 아직 안 왔는데, 무슨 일 있나요?" - 예? 뭐라구요? 그럴리가 없는데..... 잠깐 끊어 보세요. 제가 확인해 볼테니..." 순간 앞이 하얗게 물안개가 낀 것 같아졌다. 집 전화를 수도 없이 누르고,..
앵두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겠다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도와 키가 닿지 않아 높은 가지들을 앞으로 당겨 주었다. 앵두를 갈아 먹으면 소화가 잘 되는 줄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마음이 급해 보인다. 사무실 근처 비교적 그늘진 쪽으로 줄 지어 선 서너 그루의 앵두나무를 숱하..
다들 떠나간다. 아주 못 올 곳으로 떠나기도 하고, 다시 올 곳은 방치해 둔채 웃음을 만끽하러 미지의 세계로 휘파람 불며 애써 방황을 꿈꿔 보기도 한다. 더 늦으면 안 될 것이니, 서둘러야 한다! 남편이 떠난 이후 그들의 생각은 정체된 자신에게서 해방되고자 무지 애를 쓰는 듯 했다. ..
내 나이 또래의 여자가 울고 있다. 아니, 엉엉 소리내어 통곡을 한다. 저렇게 앞에 앉아서 울 수 있도록 의자가 구비되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나는 늘 선 채로 벌 서듯이 휴지뭉치를 움켜쥐고 꾹꾹 누른 울음을 울었는데 저 여자는 시원스레 통곡이란 걸 할 줄 안다. 슬그머니 내 눈..
동생네 집은 연대 근처에 있었다. 오랜 시간 왕래를 하지 않아서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했지만 언니, 동생의 질긴 끈은 아, 누구?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없게 그 한 마디로도 알아들을 장치가 내재되어 있었다. 십여년이 어제 같았다. 우리가 정확히 언제부터 연락이 뜸해졌는지, 무슨 일..
두살 아래인 동생이 직장 동료에게 형부를 잃은 언니의 심경을 정확히 들여다 보고자 물었다 했다. 자신은 정말 모르겠어서... "어떨 거 같아요?" - 떠난 사람만 불쌍한 것 아닐까? 남은 사람은 커 가는 자식을 보며 기쁨도 있고, 더 좋아지는 세상을 누리기도 하지만 떠난 사람은 더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