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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만나러 갈 때면 언제나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 쉬고 출발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영 내키지 않습니다. 이럴 때도 있어야 당연한 것을 괜히 다르게 재미있는 일이 생겼나 오해라도 할까 나는 그 모임에 열심히 참석을 하는 중입니다. 남편 친구 부부모임입니다. 부인 중 하..
쓰디 쓴 한약 한 봉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쓴 것은 몸에 좋단다. 입가심으로 하얀 백설기 한 귀퉁이를 떼어 다시 입 속으로 꿀꺽... 그리고 나는 지금 멋지게 생긴 가수 최성수의 "동행"을 듣고 있다. 하얀 백설기 여섯 덩어리는 어제 우리 둘째가 가져온 것이다. 형님네 손녀 백일잔치를 ..
주변에 엄청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있는 부류가 있다. - 부러워 해야 할까? "아니죠. 그러면 혼자 판단해야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실속 없는 것이지요. 사람을 좋아해서, 이 사람이 끝나면 곧 바로 다른 사람을 대체시키느라 정신이 없을텐데요." "엄마, 요즘 어때요?" - 굉장히..
선풍기 두 대의 날개를 분해해서 깨끗이 닦아 거실 바닥에 빨래처럼 널어 놓았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큰 아이가. 아이 셋이 크도록 단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선풍기 청소를 엄마보다 더한 살림꾼이 되어 빠득빠득 닦아..... 우두커니 구들장을 이고 앉아 골방 처지라면 해결해야 할 ..
"이모와 저녁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올까?" 큰 아이에게 전화로 보고를 한다. - 엄마, 마음대로 해요. 지독히 바쁜 순간에 엄마 일을 팽개치고 다른 일을 보면 모르지만 그 한가한 시간까지 엄마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어떡해요. 우리한테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해요. 나는 가끔씩 자신이 ..
며느리의 할머니가 새벽같이 돌아가신 것과 시동생의 딸이 결혼하는 날과 하필이면 겹쳐져서 짜증이 난다는 사람이 있다. 예순 여덟의 내 언니. 왜 하필이면이라고 표현을 한다. 상가집이 우선이어야 하는지, 결혼식이 먼저여야 하는지.... 어느 쪽이든 피해 안 가는 쪽을 우선으로 쳐야 ..
후배 하나가 아침부터 심란해서 어쩌지 못하겠는 심정으로 전화를 했다. "언니, 나 어떡하냐? 친정엄마가 이렇게 싫을 수가 있어. 엄마를 만난지 한참 되었는데 어제 저녁에 전화가 온 거야. 왜 너희 집에 날 안 데려가느냐, 더러운 년이라면서 독설을 퍼붓고는 전화를 딱 끊는 거야. 언니 ..
수입이 100에서 90으로, 90에서 다시 80, 70, 50으로 떨어졌다. 다들 힘든 세상, 어려운 여름이라고 한숨 쉬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허황된 옛날을 꿈꾸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고, 이렇게 마음 비우기가 한꺼번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계단식으로 깎아내리다 보니 충격 또한 수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