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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제일 좋았어?" 새삼스레 두 살 아래 동생이 카톡으로 묻는다. 무슨 답을 원하는지, 평면으로 펼쳐진 글이란 때로 상상이 더해져 극과 극을 치닫는다. 어째 굉장히 야한 얘기 같기도 하고, 무한한 슬픔이 뭉쳐진 것 같기도 하고 과거형이 되어 버린 사람과의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
유난히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꺾인 날개를 다시 붙일 수는 없으니, 모형으로라도 달고 긴 항해를 장담했는데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을 때, 어떤 이는 다들 그렇노라 힘을 불어 넣어 주는 이가 있고, 다른 어떤 이는 "그러게 처음부터 했던 게 무리였지"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력은 ..
"엄마, 큰일났어? 내 이름으로 펀드 들어 놓은 거 마이너스 10%라고 계속 카톡이 와요. 50만원씩 두 번 넣었으니 백만원인데 들여다 볼 때마다 자꾸 빠져요. 빼야 되는 거 아닌가? 오늘 보니까 80 얼마예요." - 괜찮아. 펀드는 원래 오랫동안 붓는 거라서 그 때 그때 변화에 너무 민감하면 안 ..
이상한 날씨다? 난 분명히 폭풍우를 맞았다고 하건만, 아이들은 무슨 소리냐고.... 이렇게 바닥이 바짝 말라 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되묻는다. 무엇에 홀린 것도 아니고 그리 멀지 않은 지역차가 심하기도 하지. 저녁 10시 반 학원에서 돌아온 막내가 두 손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은채 ..
다 저녁에 소나기라니? 순식간에 하늘이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라디오에서 남자 DJ가 평택 쪽에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한 지 얼마 되었다고 빠르게 이 곳까지, 숨도 안 쉬었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으로 그냥 들어갈 것을, 여섯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엉거주춤 나는 사무실로 가는..
메로나 하나가 천원이라? 쌍쌍바 하나도 천원이고, 수박바도 천원이라니.. 이런 낭패가, 세븐 일레븐(편의점)에서 얼떨결에 아이스크림 네 개를 계산하고 나오는 길 허구헌 날 세일 60%~50% 아이스크림 푯말만 보고 다녔으니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20%는 깎아 줄 줄 알았는데.... 정상 ..
한약 기운 때문인지, 자꾸 입맛이 땡긴다는 큰 아이. 살찌면 어쩌냐며 큰 걱정을 한다. 빨래 건조대의 빨래를 거두어 거실 바닥에 차곡차곡 쌓았다. 오늘은 빨래 접는 일을 급하게 선 채로 하기 보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손 놀림이 참 더디기도 했다. 아직 저녁 여덟시도 안 된 시간..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처럼 선선하게 부는 것이 마른 장마를 잠시 잊게도 한다. 화단에 꽃이 피었다. 보랏빛 코스모스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송이, 긴 목을 자랑하고 있다. 너울너울 꽃은 무더기로 있어야 보기 좋을텐데 삐죽이 홀로 선 모습은 왠지 보기가 안 좋다. 꽃이라 이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