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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이 셋이 다 모였다. 그중 가장 부지런한 둘째가 자랑을 한다. "엄마, 하루종일 집안 청소 다 해 놨어. 구석구석 잘 봐봐." 기분이 좋다. 오늘 저녁은 아이들이 어릴 때의 그 모습으로 돌아간 것 처럼.... 용인에서 일어난 무시무시한 살인사건 얘기,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학교 엄마..
친구네로 마실 나갔던 남편의 자동차는 조만간 원래 있던 곳으로 귀환할 예정 벌써 한달이 넘어갔다. 며칠 후면 새 차가 도착할 거라면서 한껏 부풀어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들러리로 서 있는 기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의 베품은 대범함 뒤에 숨은 옹졸함이 어쩔 수 없음..
남양주 마석에 사는 친구에게서 정말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전화번호 정리하다 문득 눈에 띄는 내 이름이었다나? 사노라면 긴히 할 말 있는 사람 아니고는 궁금해도 그냥 지나치기를 5년, 10년이 그냥 지나는 일이 다반사.... 그녀는 내게 지금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남편 하던 일 이..
쿠팡이란 곳에서 찰옥수수를 싸게 판다고 둘째가 화면을 내게 들이댄다. 스무개 묶어 놓고 구천구백원이란다. "엄마 싼 거지?" - 글쎄, 그럼 하나에 5백원 꼴이잖아. 그림으로 보고 샀다가 낭패를 당할 수가 있으니 가락시장에 가서 사올까? 웬 가락시장? 지금처럼 가락시장이 공사를 하기 ..
잘했다, 참말 잘했다. 오늘 한 일 중에 나를 칭찬해야 할 것이 있었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 그곳 먼저 다녀온 일이... 이렇게 장대비가 쏟아질 줄 예측하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새벽부터 구석구석 집안 청소를 했다. 아이들이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여섯 시인데, 아무래도 무리수를 두었지. ..
할머니가 목욕을 가신다. 쇼핑백 하나 달랑 들고, 이쪽 동네는 물이 깨끗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아랫 동네 쪽으로 가 봐야겠단다. 내가 있는 사무실 근처 아파트에 사시는 그 분은 어림잡아 여든은 넘었지 싶어도 실제 나이를 확인하진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나의 안녕을 확인하시곤 하시..
노래 서쪽하늘에서 남자가 읊조린다. 비내린 하늘은 왜 그리 날 슬프게 해. 비가 오는 건 그녀가 오는 거라고 했다?.... 한바탕 퍼붓는 폭우 속에서 성큼성큼 그 사람이 걸어왔으면 좋겠다. 별무리를 둘러싸고 광채가 없으면 어떤가. 밥 한 술 뜨는데 숟가락의 쇳소리가 따그닥 따그닥.... ..
큰 언니도 없고, 둘째 언니도 없고..... 막내의 표정을 보니 하루 이틀 이 해방감을 어찌 만끽하나 시험도 끝났겠다, 마음이 무척 바빠 보인다. 그래서 한번 물어봤다. "언니들 없으니 다빈이 좋으니?" - 당연하죠. 그걸 말이라고요. 노트북, 넷북 두 개를 탁자 위에 늘어 놓고는 아무래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