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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났다. A동의 204호와 B동의 303호와..... 내가 아는 이웃 아파트 누구의 소리가 옳은지, 그들의 목청은 삿대질과 어우러져 기어코 담판 낼 기세로 한바탕 난리굿을 했으나 수십 개의 눈에 눌려 이내 꼬리를 접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마치 선데이서울의 한 장면이다. 알맞게 비는 떠..
1월에도 12월을 꿰어낼듯 노련한 삶을 따라하는 나, 길고 지루한 장마 중에도 아직 오지 않은 태풍을 걱정한다. 아직 노인도 아닌데 노인 같다. 폭우에 휩쓸려 내려간 화물차를 구조해 냈다며 운전석에 타고 있던 남자를 70대 남성이라고 표현해 내는 뉴스 자막이 이런 나에게 혼낼 채비를 ..
하루는 웃었다가, 하루는 울었다가 매번 한결같이 웃기만 해도 미친 사람 같다 할 것이고, 매번 넉 놓고 울기만 해도 실성했다 할 판인데 이렇게 웃다 울다를 반복하면 걸지게 한판 잘 살아내는 중이지. 은근히 소리없이 랩에 심취한 막내가 일요일 오후, 살그머니 사라졌다 밤 열 시에 나..
삶의 슬픔 / 마광수 옛날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소년은 ---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옛날에 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청년은 --- 내일이 오늘만큼은 되리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옛날에 한 중년 남자가 살았습니다 중년 남자는 --- 내일이 오늘만큼 못 될까봐 걱정하며 ..
주민등록등본 한 통이 들어 있는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제일 큰 언니의 아들인 마흔 넷, 조카의 것이다. 혹시나 하고 부탁한 것인데 그들은 나를 끔찍히 위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시청에 제출해야 할 서류는 이제 차고 넘치게 되었다. 어제는 넷째 언니가 ..
이 곳은 깊은 우물이다. 행여나 슬픔을 잊어버릴까 다시 찾는 그런 우물. 다른 듯 같은 사람이 우물 아래 나의 얼굴이 되어 눈물을 이루고 바튼 바닥을 가득 채워내는 그래서 영원히 마르지 않을 나의 다른 삶이다. 두레박을 던져 첨벙 소리 한번 듣자고 귀를 기울인다. 어떤 사람은 기뻐..
중학생 막내가 애타게 계란이 떨어졌으니 빨리 오라고 성화입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해피투게더의 야식 코너가 있는데 기어코 실행에 옮겨서 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모양입니다. 늦은 저녁 계란을 풀고, 토마토를 썰어서 뒤적뒤적 섞어 먹더니 맛이 끝내 준다네요. 다시 아침엔 계..
"앞으로 2년만 잘 견디면 괜찮아 질거예요." "앞으로 그날로 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잘 견디면 괜찮아 질거예요." 얼떨결에 들은 내용이라 앞의 것이 제대로인지 뒤의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내 마음대로 빠른 쪽을 택하고 싶은 심정이 되어.... 용하디 용한 점쟁이가 스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