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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이 되는 막내가 빨간색의 진바지를 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어제는 아이가 학원을 안 가는 날, 점심 때 쯤 "다빈이 지금 뭐하니?" - 저 지금 밥 먹고, 사과 먹고 있어요. 엄마, 저 지금 밖에 나가요. 아마 많이 늦을 지도 몰라요." 좀더 세세히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할 것을 그..
베트남여행에서 돌아온 아름아줌마가 스카프와 커피 한 봉지를 들고 왔다. 5박6일동안 전화기 착신을 우리 사무실로 해 놓고 갔던 터라.... 이제 가끔씩 즐기면서 살기를 작정한 듯 그들 부부는 좋아 보인다. 내가 미처 내다보지 못한 세상을 취하고 온 그들의 일주일이나 종종걸음으로 일..
2013년 1월 24일 눈 그리고 추위 둘째 수련이의 생일이다. 1년 재수 끝에 대전의 한 사범대에 자신의 미래를 일단 던져놓고 절대 뒤돌아 보지 않는 아이, 그냥 앞으로 앞으로 가면 되는 것이란다. 재수학원에서 사귄 친구를 만나러 포항으로, 중3 섬캠프에서 만난 인연의 친구를 찾아 다시 부..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비 그리고 개임 어떻게 빨간색의 진바지를 살 생각을 했을까? 만원짜리라고는 하지만.... 혹시나 해서 막내에게 물어 보았더니 퉁명스런 말투로 "왜요? 또 작은 언니에게 말하려고 그래요? 그 언니가 참견하는 건 싫어요." 엄마가 어떤 말을 할지 지레짐작으로 쏟아낸..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꿈이 내게로 온다. 차근차근 정신 차리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도착되어질 꿈이었으면 좋겠건만 바람처럼 날아다니던 꿈은 주워낼 수 있을만큼만 가져가라는 건지 한꺼번에 들이닥쳤다가 사라진다. 보여진 꿈이 다 내게로 오는 꿈은..
일흔일곱의 경비아저씨는 우리 사무실에 물건이 들어올 때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일처럼 바쁘게 안으로, 안으로 물건을 밀어넣어준다. 할 사람 있으니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해도 듣지 않은채..... 퇴근길에 경비아저씨께 만원 한 장을 꺼내 "막걸리라도 한 잔 사 드세요." 그렇게 고..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맑음 한 언니는 남편의 칠순잔치 걱정을 하고 있고, 한 언니는 일천만원짜리 보증금을 들고 월세거리를 찾아 다니고, 그들보다 한참 젊은 동생인 나는 어느 쪽 귀를 열고 맞장구를 칠까? 그들의 푸념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큰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
2013년 1월 21일 월요일 비 새벽같이 수련이를 야탑 버스터미널에 내려주고 사무실에 들어오는 길, 비가 내린다. 벌써부터 칠흑같이 어두운 아침은 종잡을 수 없을 하루를 긴장시킨다. 수련이는 기어코 포항으로, 부산으로 해서 만날 친구들을 다 만나고 오겠다며 설레임으로 고속버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