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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엘리베이터 안에서 25층 젊은 엄마가 인사를 한다. "오늘은 일찍 나가시네요. 그 전엔 10시쯤 나가신 것 같은데요." - 일곱시에 나가기 시작한 지 한참 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녀와 가끔씩이라도 마주쳤던 일이 1년여 전이 되었던 게다. 짧은 순간, 단 둘이 막힌 통로에서 어색..
설을 지낸 다음 다음 날, 음력 1월 3일이 나의 생일, 해마다 명절 끝이라 남은 음식 덧칠해서 먹으면 그뿐이었던 그런 날이 이번엔 기분이 별 다를까 했었다. 무엇을 할까? 부추기는 사람도 없고, 나 역시 이벤트에 문외한인 사람이었으니 잠자코 하루를 견디면 되는 것이다. 입맛도 계절을..
제주도에 사는 후배 현정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경험도 없이 레스토랑을 경영하다 실패를 하고, 지금은 동네 마트에서 카운터 일을 본지 벌써 5년째라 했다. "언니 요즘 경기 장난이 아니야? 언니는 괜찮아?" - 나야 경기 타령에 흔들릴 환경은 아니잖아. 이미 회색빛 어두움에 한 발을 ..
우리 둘째가 일년동안 머물 대전 대덕구 오정동 하숙집의 하숙비는 한달에 36만원이란다. 바쁜 엄마가 동행할 수 없어 성남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혼자 답사를 다녀오라 해놓고 마음이 짠했다. 가기 전에는 이런 저런 불평 불만으로 속을 태우더니 제 살길이라고 서둘러 가는 모습이라니....
염려하던 명절 끝이 이토록 개운하다니? 그에게 미안하다. 울고 불며 그리움에 사무쳐 창 밖 한 번 내다볼 만도 한데 고즈넉하게 모처럼 혼자 있는 시간들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잠잘 때 아빠처럼 코를 고는 엄마가 된 나는, 엊그제 명절 휴일동안 아이 셋을 어머님의 집 골목 어귀까지..
엄마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군것질거리를 사달라 조르는 아이처럼 아이들의 할머니와 고모는 10분에 한번씩 세 아이의 스마트폰에다 쉴 사이도 없이 어떻게 할 건지 다그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우리 지금 저녁 먹으러 나왔으니까, 내일 점심 때 쯤 셋이서 갈께요. 지금 가게 되면 차..
집에서 20분 거리에 그가 있다. 유리관 안에 항아리 하나 덜렁 넣어 둔 그 곳에 그가 있다고 생각하란다. 라디오에서 명절이라고 DJ 김기덕은 트롯트를 들어야 제격이라며 심수봉의 비나리를 틀어 준다, "큐피트 화살이 가슴을 뚫고 사랑이 시작된 날..." 그리고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도..
내내 여유롭다가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다급해진다. 다시마 육수를 내어 잔치국수에다, 어제 사온 단호박 찐빵을 쪄 놓았더니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온 중2 막내가 빙그레 웃는다. 춥디 추운 명절 전야, 찾아가려면 이웃이야 많겠지만 내 허한 마음까지 고스란히 들키기 싫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