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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이후 도무지 집에 붙어 있지 않는 수련이 방학이라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다빈이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쁜 세인이, 바야흐로 나는 혼자인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가.
2013년 1월 14일 월요일 맑음 다정하게 부르는 엄마에게 익숙하지 못한 다빈이 "엄마, 오글거리게 왜 그래요?" 몸을 움츠린다. 정말 많이 외로워져서 자꾸 그렇게 되는 것을 아이들은 낯설어 한다. 세인아빠 친구들 중 누구네는 벌써 손자를 보았고, 누구네는 벌써 딸의 결혼식을 치르려 대..
2013년 1월 13일 일요일 맑음 박스와 비닐을 승용차에 싣고 아름이네 도착한 시각은 저녁 여섯시였다. 아름 아줌마가 내 온 유자차 한 잔만 딱 마시고 일어서려 했었다. 원래 내 계획은... 그러나 계획은 언제나 고무줄처럼 내 맘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거라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2012년 1월 13일 일요일 맑음 묵은 고춧가루와 새 고춧가루를, 우리가 먹을 양 만큼만 남겨두고 어머님께 보냈다. 된장과 청국장을 만들었으니, 봄엔 고추장을 마저 만드신다 했단다. 세인이를 우리가 살던, 지금은 어머님 혼자 계시는 그 골목에 내려주었다. 내 걸음으로 스무발짝이면 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감을 어찌 믿을까 했어도 부모가 세상 떠난 그때는 지금 생각해 보니 먼 일 같았다. 하나 둘, 세인아빠에서 멈추지 않고, 환자가 되어 병원에 실려가는 언니들을 보면서 비로소 나도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나의 삶을 정리할 때가 오겠구나 마음이 착잡하다. 세인..
꿈에 어머님을 보았다. 우리가 살던 골목 어귀에 어머님이 야채거리를 다듬고 앉아, 지나가다 손을 잡고 "어머님, 저예요." 가까이에 사는데도 만나고 싶지 않은, 어쩌면 차마 만날 수 없는 이 감정이 언제쯤 풀리려나. 일요일날 할머니한테 가서 호박죽을 먹고 오겠다는 세인이의 말을 듣..
빵집주인이 자동차접촉사고가 나서 짜증이 났는지 괜한 수련에게 잔소리를 심하게 했단다. 집에 온 수련이, 아빠가 많이 보고 싶다 말했다. 안쓰럽다. 엄마가 아빠를 대신 할 수 없으니, "수련아, 시급아르바이트라도 때로는 돈 주기 아까울 거야. 공짜 돈 나가는 것 같고.... 그러니 이해..
늦은 밤, 도로에 여자가 쓰러져 있다. 지나가던 젊은 남자 둘이서 119를 불러 빨리 와달라고 핸드폰을 친다. "왜 그런 거예요? 술을 드셨나요? 잠이 들면 안 돼요. " 나 또한 쓰러져 있는 비슷한 나이의 여자였다. "가족 전화번호라도 불러 보세요?" 여자는 계속 가라앉는지 몽롱한 정신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