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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곳의 계단을 하나 하나 세어 보기로 했다. 하나, 둘, 일백사십일 계단..... 슬픔에 지쳐 이제 한가하기까지 한건가, 하릴없이 이 짓을 하고 있다. 그 계단을 다 올라야 나는 비로소 울음을 울어낼 것이고, 어색한 미망인 행세 또한 아주 떳떳하게 가슴 속에 맺혀있는 미련까지 덜어..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맑음 수련이는 대전에 있는 학교의 합격통지를 받아들고 단단히 마음준비를 하고 있는데, 엄마인 나는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는지 울뻔 했다는 아이의 절실함도 외면한채 "먼 곳으로 꼭 가야겠냐"고 물었다. 제 길을 알아서 찾아낸 아이의 수고를 내 외로움 따위에 ..
아름 아줌마는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들의 전화번호를 내게로 착신시켜 놓았다며 인천공항 대기실에서 전화를 해왔다. 늦은 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없길래 부탁하자니 불편했을까 싶어 내심 신경이 쓰였는데 내 소심함이 안도의 숨을 쉰다. 나는 그들에게서 내 남편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
이른 아침, 중2 막내가 느닷없이 퉁명스런 말투로 내게 묻는다. "엄마, 내 통장 어딨어요?" - 통장이라니? 무슨 통장.... "어릴 때부터 세뱃돈 받은 거 제가 드렸잖아요." - 왜 돈이 필요해서? 그렇다면 엄마가 줄께. "아니요. 제 돈을 꺼내서 주라는 거지요." - 다빈아, 세뱃돈 받은 게 얼마나 ..
신림동 언니는 여전히 "내게 돈이 많으면 아들 차도 새로 사 주고 싶고, 없는 동생 제대로 된 세라도 얻어줘서 명의는 내 이름으로 해놓고 돌봐주고도 싶고..... 그런데 집만 덩그렇지 뭐가 있어야지." - 언니! 누군가를 도와주려면 주고 나서 바로 잊어버려야지, 그것을 관리하려 들면 서로..
그 분들의 말이 옳았다. 얼마 전부터 큰 얘와 둘째가 데면데면해져서 서로 말도 안하고 트집만 잡는다 했더니, 그것이 커가는 과정이라고..... 저녁 일곱시, 무슨 일인지 아이 셋이 모두 집에 있다. 하나는 거실에, 하나는 안방에, 하나는 작은 방에... 이렇게 한꺼번에 아이들을 마주하게 ..
아름이네가 베트남여행을 떠난단다. 5박6일로, 3월10일로 아름이의 결혼날짜를 잡아놓고 가족끼리 마지막여행이란다. 아름 아줌마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딸의 결혼식에, 여행에, 집수리에..... 그리고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싶기까지 보여지는 사정대로라면 엄청 잘 나가는 집 같은데 ..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맑음 많이 익숙해졌다. 2013년으로 시작되는 날짜들에... 서둘러 퇴근을 했다. 아직 다섯시 반, 빵집 아르바이트를 쉬는 수련이는 낮동안 아는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중이라 했다. "엄마, 오늘 저녁 좋은 사람들 만나고 올테니 집 잘 지키고 있어라." - 알았어.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