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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무렇지 않은듯.... 그럼에도 나는 엄마나의 글 2014. 1. 14. 08:33
온 몸이 고단하여도, 그 후유증으로 버틸 수만 있다면
망각의 강을 건너도 좋을 이야기 하나는 만들어 둬야겠더군.
지나온 얘기는 하도 우려 먹어서 설사 못다 한 것일지라도
단 맛이든, 쓴 맛이든 저절로 퇴색되어져
탄력조차 잃을 즈음에
녹아 내린 분노를 다시 부여잡기도 무엇해
무엇이든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둔다.
팔팔 끓인 김치찌개에 밥을 말았다.
고프지도 않은 배를 섭섭지 않게 하려고....
어느 결에 달아난 입맛이 살아 나려나?
고들빼기 김치 한 가닥을 밥이 올려진 수저 위에 얹었다.
그 김치를 내가 언제 좋아라 했던가?
그 사람이 좋아했던 것을 따라서 한번 먹어 봤다.
쌉쌀한 맛을 약이려니 그렇게 믿었었지.
내 취향이 전혀 아님에도 습관은 나이를 먹는다.
입맛도 나이를 먹고, 생각도 나이를 먹는데
마음만은 자꾸 백색의 도화지를 꿈꾼다.
무엇을 그려 넣으면 좋으려나?
아침 일찍, 그 시간이 네시 반인 줄 알고 있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아뿔싸 여섯시 반이었다나?
전화 소리에 허둥지둥 급하면 창고 열쇠로
문을 열고 가져 갈 것 있으면 가져가라는 소리를 하는데, 둘째가
엄마를 향해 무섭게 혼을 낸다.
"엄마, 그러다 다른 것까지 훔쳐가면 어쩌려고.... 그냥 다음에 오라 해요.
큰 일 나요. 사람을 어떻게 믿어요. 허술한 틈을 타고 이용하는 게 사람인데....
엄마가 이제까지 좋은 사람만 만나 아무 일 없었지만,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 해요."
그들보다 오래 산 나를 일컬어 허술하다고 호통을 친다.
엄마를 왜 무시하느냐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내 곁에서 바른 말로 세상 무서운 줄 알라는 그 잔소리가
외로운 호령으로 지탱하는 하루를 힘나게 할 줄은.
"엄마, 제 말에 노여워 하지 마시고, 운전 조심해서 다녀와요."
깔끔하게 찌꺼기 없이 마무리까지 재빨리 건네는 마음 씀씀이로 인해
어린 그들이 키다리 아저씨가 된 아침이었다.
때로는 아주 때로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기 싫을 때도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으로.
당연했던 반복 습관이 나를 살게도 하고 흐물거리게도 하더군.
걱정 섞인 위로를 얼마만에 들었던가?
내 안의 가족으로부터, 진정으로 같은 걱정을 두고 말이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이라서
기대어질 것을 생각조차 않았었는데,
뜬금없이 야단맞을 짓을 하고 난 사람처럼 기가 죽어
"알았어, 그래." 어른인데 뻘쭘한 표정으로....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게 재촉하는
아이들의 눈과 귀가 나를 일으킨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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