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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깔았으면 좋을 방석을 사려다가, 여름 이불을 둘러 보았다. 핑크색 보다는 녹두빛이 나아 보였다. 때가 덜 타기로는.... 이불집에서, 결혼할 때 해 왔던 목화솜 이불은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 오던 날, 진작에 솜을 틀어 가볍게 몇 개의 이불로 재탄생되었으나 그것도 무거이 느..
어제의 날씨가 그랬다. 흔하디 흔하게 만발한 벚꽃이 그 길에선 아직이었다. 때가 이른가? 멀찌감치 오르막에선 군데 군데 함께 맞이하는 봄, 잘도 피어난 꽃들이..... 이 곳은 아직 춥다. 그 해엔 삼월이 둘이었던가! 윤삼월이라고! 김동인의 "감자"나 황순원의 "소나기" 같은 단편소설을 ..
지천으로 널려 있는 꽃을, 감히 우습게 하다간 훗날 아쉬울 줄을..... 지금이라서, 반드시 지금이라서 이 호사 누리는 줄, 감사해야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라는 지금은 흔치 않은 엿장수의 말처럼 그리운 옛날을 부여잡으려다 헛발을 디뎠다. 딴 생각! 이선희의 새로 나온 노래를..
반응 1 아가씨가 잔뜩 가져다 놓은 음식 덕분으로 호사를 누리게 된 사람은 다름 아닌 사무실 청소 아주머니가 되었다. 막내는 야자수업을 하니, 집에서 밥 먹을 일 거의 없고, 큰 아이 또한 출근을 하니, 아침이나 조금 먹고..... 농담 반, 진담 반인지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고맙다며 많이 ..
습관으로 길들여 지지 않은 사랑은 무의미하다. 천륜이어도, 노력으로 되어질 것이 아닐 바에는.... 도망을 친다. 머리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 가슴에서는 거부감으로 가득해서. 사골국, 콩자반, 무말랭이 무침, 햄 등등을 냉장고에 채워 놓고 말끔하게 빈 통을 엎어 둔 채로, 아이들은 ..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일찍부터 왔다. 아직 10시도 안 되었는데..... 며칠 전 우유가 남았느냐, 얘들이 요즘은 덜 먹는가 보다며 겸연쩍은 웃음이 안쓰럽다. 사실 반드시 필요해서 사는 것보다 팔아주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이어서 이 어려운 시절, 아주머니에게 나는 큰 고객이다. " 오늘은..
그래도 한번 갔던 곳이 낫지 싶어, 김 모 법무사 문을 밀치고 들었다. 안경을 쓰고 짧은 커트의 여자가 2년이 지난 지금, 낯익은듯, 직업 의식이 발동했는지, "지난번에 상속 문제로 왔었지요?"라고 물었다. 이 곳은 비교적 손님이 많은 사무실인가 보다. 테이블 여러 개가 사람으로 가득한 ..
그 곳 음식점의 지붕은 모두가 기와로 되어 있다. 주 메뉴가 오리백숙이나, 닭백숙인 것 또한 의심할 여지 없이 그 곳에선 그러려니.... 남한산성에서..... 짧은 봄이길 간절히 바란 적도 없음에 낮의 온도는 18도, 25도를 훌쩍 넘어 어느새 5월 중 어느 날 처럼이다. 연두색 이파리가 새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