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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년 찻집!나의 글 2014. 4. 20. 15:45
남한산성 성지를 지나,
광주 중부면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천년찻집"이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름다운 4월의 어느 오후 풍경은
남한산성만한 데가 또 있을까?
가까이 있어서 지나치는 안타까움이라고.....
여유를 두어 올려다 본 사방으로 열린 하늘은,
곳곳으로 트여진 그 길들은.
이 곳을 처음 온 것은 아니건만, 지금의 마음이 예전같지 않아 그런가?
그 때도 지금처럼 있었을 것을.
마치 신이 꾸며 놓은 아름다운 정원 같았다.
화폭으로 모자란 풍경을 벌건 얼굴의 두 남자가 음성으로 거든다.
이 좋은 봄날이 미쳐불게 좋은갑다. 아무래도.
거나하게 술에 취해 라디오 볼륨까지 높이며
젓가락 장단으로 흥을 돋우는 연세 든 두 남자를,
큰 소리로 외친다. 집에 있을 마나님한테다.
"나, 지금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신나게 노래하고 있다. 친구 누구 누구랑."
지금이 아니어도 곧 함께 있을 수 있는 보장이 있는 마누라라서
혼자 이 좋은 풍경에 취하러 왔는가?
괜히 궁금했다. 그대들은 왜 단 둘이서만 왔는가고.
모르긴 몰라도 집사람들이 마다 했을것이 분명하다.
전화까지 해서 보고하는 걸 보면....
"나, 이대로 냅두고 혼자서나 댕겨 오시유! 편히 집에서 쉴 터이니..."
하지도 않았을 말들을 괜히 지어내는 이 억지는 또 무언가?
가장 보편적인 어느 부분을 빌어 들자면 말이다.
남은 마음이 그때도 있었더라면 나는,
돈벌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가자 하는대로 따라 나섰을텐데....
누구라고 서두른 일 없었음에 니나 나나 피장파장이다.
남은 자의 계절은 늘 서글픈 끝이라 유독 아름답다.
갖다 부칠 이유도 많아, 온통 눈물이어도
이제 그만 울어야겠다.
"천년찻집"에서 주 메뉴로 내놓은 6천원짜리 천년차는 쌍화차와 같은 맛이었다.
천년을 살고 싶은 마음이야,
백년도 못 살고 죽을 우리네에게 전설의 욕망이어도
가야금소리 가득한 이 찻집의 분위기 만으로
덤이 될 삶의 끈, 이렇게라도 더디게 이어질 삶의 여유를 추스릴 수 있다면.
차 한 잔에다 앙금이 된 시름 녹여 버리자.
4월은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일찌기 제 명을 다 해 사그라든 벚꽃의 화려함은 덜 할지언정
소박하게 피어난 이름모를 꽃들의 향연으로....
아마도 마음의 봄은 계속일지 모른다. 그것이 계절이 바뀌어 여름이어도, 가을이어도.
이 계절이 좋은 까닭이라면.
잘 살고 싶다.
2014. 4. 20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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