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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상처는 너희들이 아니고.....
    나의 글 2014. 6. 6. 17:16

    "아빠도 없이, 이 세상에서 불쌍한 내 새끼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혼내선 안되고,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되고,

     어디다 내 놔도 흠잡을 것 없는 내 손녀들이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 손녀들의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인 줄이나 아시오?

    스물 넷, 스물 하나, 열 일곱.....

    이젠 유치원생이 아니란 말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집착으로  마음을 묶어 두려는지.

    어디 가족의 죽음 하나 없는 곳 있답니까? 

    들여다 보면 집집마다 아픔 하나 쯤 다 안고 가는 것.  그것이 우리네 삶이라는데.....

    끊임없이 그 말을 주입시키면 어디 되겠습니까?

    아픔에서 이만 벗어나야 한다는 말은 커녕,  일어서려다 다시 주저앉을 말들만

    도대체 무엇이 사랑이란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막내의 중간고사가 끝나고 수학 성적이 내려갔다며, 

    지난번 할머니와 함께 일주일을 머물다가 들여다 본 성적표 때문에

    이때 껏 걱정에 싸여 있었답니다.

    쉰 다섯의 잘난 아가씨!

    이번엔 학원 보다는 집에서 하는 과외를 시키라며

    자기가 운영하는 꽃가게 근처에다  가르칠 사람을 구해 놓았다는 겁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학교 끝나면 분당에서 송파까지 데리러 왔다가 데려다 주는 건 일도 아니랍니다.

    엄마인 내게 의논 한 마디 없이 큰 얘와 단둘이서 일을 다 치뤄놓고는.....

     

    그래서 저녁 시간, 큰 얘에게 

    "너희들의 엄마는 도대체 누구이길래 일을 이렇게 처리하느냐?" 물었습니다.

    고모도 가족인데 무슨 상관이냐 되묻듯 쳐다보는 눈빛에서

    소통의 불가는 이미 감지하였지만  주체 못할 분노를 풀긴 풀어내야 할 터인데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여긴 엄연한 내 공간, 내 집입니다. 

    2년이 지나고 나니 슬슬 먹을 거리를 찾아 나선 맹수들처럼

    온통 신경은 이 쪽으로 쏠려 있었던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대단하게 잘 막아내고 살았습니다. 

    시집식구 보면 힘들 것이니 최대한 배려를 해 주었다며 그 기한을 2년으로 잡았던 것인지....

    무한 감사라도 드려야 할 판입니다.

    단 하루도 오빠 생각을 잊은 적 없다며 애잔한 표정으로 오늘도 그 래파토리는 시작되었습니다.

    "불쌍한 오빠...."

    그 옆에 그림자처럼 따라 붙은 여든 여섯의 시어머니는

     "천금을 준들 바꿀 수 없는 내 새끼들 상처주는 일, 나는 못 본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냐?  어디로 가라고....."

    좀전에 큰 얘가 하도 미워서 그랬었거든요.

    "그렇게 독단적인 행동을 하려면, 나가서 이젠 독립하라"고

     

    당신들 집 있잖습니까?  이렇게 엄마 속 몰라주는 자식이 내게 뭔 소용이라고.

    이보다 사랑스러울 수 없는 손녀들을 어찌 오라 안 하십니까?

    왜 다들 이 곳으로 몰려 들어 이러는가요?

    등록금도 대고, 학원비도 대고,  먹을거리도 원없이 사 주고.....  말처럼 참 쉬운 일일 터인데.

     

    당신들이 내 아이들과 친한 것이야 어쩌겠나요? 

    그 중간에서 치고 빠질 때를 알아야 진정 지혜로운 사람이지요.

     

    덕분에 나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조차 없는 엄마,  그것만으로도 또 참을 수 있습니다.

     

    엄마와 딸의 애정 전선까지 침범하는 일은,

    그래서 이 늦은 밤에 또 행차를 한 겝니까?

    우리들 중 누가 제일 아픈가?

    그 아픔의 무게가 무거울 수록 충성의 크기를 더하기라도 하듯

    누구를 위해서 그리 합니까?

     

    잘 보아 줄 사람도 없는듯 한데....

     

    자정도 늦은 이 시간에 무엇이 그리 다급하다고 쫓아와 귀한 얘들 운운하는지,

    엄연히 엄마를 앞에 두고 말입니다.

     

    나는 오늘 이날까지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욕을 처음으로 진하게 해 봤습니다.

    내 아이들을 향해,   "**놈의 세상........ 니들이 자식이냐?"

     

    그랬다고 이들이 뛰어 온 이유랍니다.  

    참으로 서글픈 풍경이지요.  내 불찰이라 몰아가기엔.

    무어라 한바탕 해 주라는데,  가슴에서 숨이 멈춰질 듯 헉 소리가 납니다.

    그들에겐 여전히 살아 있는 오빠이고, 아들이고......

    맘대로 군림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심술에 나는 답을 하지 않습니다.

    하다가 힘 빠지면 그만 퇴장할 테지요.   

     

    알고 보니 나란 사람 참 못난 것 같습니다.

    그 흔한 싸움 한 번 시작해 보면 참 별것 아닐 것인데....

    그래도 침묵이 나와 닮은꼴이라서 쉽진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 이제 그만 해도 좋을 넋두리 원하는만큼 쏟아 놓고

    뻘쭘히 일어서 나가는 모습이 멋적을까.

    창문 아래로 내려다 뵈는 자동차 행렬의 숫자를 세고, 또 세고를 반복했습니다.

    내 등 뒤로 눈은 없는 겁니다.  

    그들이 가든지, 말든지 아는 체 마는 것이 낫습니다.

     

    그 집착은 시간이 흘러도 옅어지지는 않을 모양입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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