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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형성된 친밀함이 각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 첫 장에서 내게 다가온 한 줄의 글은 가족이란 탄탄한 고리로 엮인 사이라 할지라도 끊어낼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굳히게 하는 것 말고도 무거운 압박감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
67년 함께 한 사랑은 꽃상여에 마음을 한껏 담아..... 지켜 보자니 서러운 눈물보다는 가슴 뭉클함이 우선이었다. 좁은 논둑길을 들어서자, 앞서 간 소리꾼은 전봇대가 가로막아 못 가겠다며 주저앉았다. 한 쪽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이 곳 저 곳 참견하며 호령을 멈추지 않던 씩씩한 아버..
오전 11시에는 결혼식장엘 다녀오고, 늦은 저녁에는 장례식장엘 다녀오고..... 무엇보다도 슬픈 장소에 퍼뜩 뛰어가야만 할 것 같은 새 중간의 텀이 충분했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이미 벌어진 일, 그리고 달리 변경시킬 수 없을 결정되어진 일에 대하여 속수무책일 바에는, 신의 뜻대..
제 아무리 견디기 힘든 고통일지라도 곁에 사는 이야기 한 줄거리 듣고 보면, 나의 괴로움은 가벼운 헤프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돌아선 한숨 끝에 내버리고 가도 좋을, 그저 그런 사연 하나 보태진들 어떠하리. 죽어지면 분노도, 시샘도 무의미한 집착의 끄트머리. 일찌감치 혼자가 ..
내게 있어 아직은 초저녁인 아홉시가 칠순이 훨씬 넘은 시골 큰 언니에겐 한밤중! 장사 나갔다가 와서 밭에 마늘 좀 널어 놓고 한 잠 자던 참이었단다. "언니! 별 일 없지? 아픈 데는 없고....." - 나야, 아무 탈 없다. 니는?" "나도 그렇지." - 볕에다 마늘 말려서 한 박스 곧 보낼 것이니 사지 ..
차라리 몰라서 득이 될 때가 ...... CCTV란 놈이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몹쓸게 만드네. 믿을만한 장치를 해 두고도 이미 신뢰가 깨어진 사람에 대한 불안감은 오싹한 두려움까지 덧붙여 징그럽기까지 하다. 선과 악을 두고 함부로 판가름하기조차 애매하게 알고 지낸 시간들이 가름을 방해..
이별은 ...... 언젠가는 끝날 마침표를 간직한채 시작될 크고 작은 인연 앞에서 영원을 잊었다면서도 오늘 다음에 올 당연한 내일을 바라보며 살곤 하지. 쓰레기장에서 재활용품을 분리하고 돌아서는데 관리소장이 머뭇머뭇 할 말이 있다며 시간이 있느냐 물었다. 바쁘면 당장 아니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