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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의 말이 옳았다. 얼마 전부터 큰 얘와 둘째가 데면데면해져서 서로 말도 안하고 트집만 잡는다 했더니, 그것이 커가는 과정이라고..... 저녁 일곱시, 무슨 일인지 아이 셋이 모두 집에 있다. 하나는 거실에, 하나는 안방에, 하나는 작은 방에... 이렇게 한꺼번에 아이들을 마주하게 ..
아름이네가 베트남여행을 떠난단다. 5박6일로, 3월10일로 아름이의 결혼날짜를 잡아놓고 가족끼리 마지막여행이란다. 아름 아줌마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딸의 결혼식에, 여행에, 집수리에..... 그리고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싶기까지 보여지는 사정대로라면 엄청 잘 나가는 집 같은데 ..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맑음 많이 익숙해졌다. 2013년으로 시작되는 날짜들에... 서둘러 퇴근을 했다. 아직 다섯시 반, 빵집 아르바이트를 쉬는 수련이는 낮동안 아는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중이라 했다. "엄마, 오늘 저녁 좋은 사람들 만나고 올테니 집 잘 지키고 있어라." - 알았어. 그런..
수능시험 이후 도무지 집에 붙어 있지 않는 수련이 방학이라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다빈이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쁜 세인이, 바야흐로 나는 혼자인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가.
2013년 1월 14일 월요일 맑음 다정하게 부르는 엄마에게 익숙하지 못한 다빈이 "엄마, 오글거리게 왜 그래요?" 몸을 움츠린다. 정말 많이 외로워져서 자꾸 그렇게 되는 것을 아이들은 낯설어 한다. 세인아빠 친구들 중 누구네는 벌써 손자를 보았고, 누구네는 벌써 딸의 결혼식을 치르려 대..
2013년 1월 13일 일요일 맑음 박스와 비닐을 승용차에 싣고 아름이네 도착한 시각은 저녁 여섯시였다. 아름 아줌마가 내 온 유자차 한 잔만 딱 마시고 일어서려 했었다. 원래 내 계획은... 그러나 계획은 언제나 고무줄처럼 내 맘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거라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2012년 1월 13일 일요일 맑음 묵은 고춧가루와 새 고춧가루를, 우리가 먹을 양 만큼만 남겨두고 어머님께 보냈다. 된장과 청국장을 만들었으니, 봄엔 고추장을 마저 만드신다 했단다. 세인이를 우리가 살던, 지금은 어머님 혼자 계시는 그 골목에 내려주었다. 내 걸음으로 스무발짝이면 다..
꿈에 어머님을 보았다. 우리가 살던 골목 어귀에 어머님이 야채거리를 다듬고 앉아, 지나가다 손을 잡고 "어머님, 저예요." 가까이에 사는데도 만나고 싶지 않은, 어쩌면 차마 만날 수 없는 이 감정이 언제쯤 풀리려나. 일요일날 할머니한테 가서 호박죽을 먹고 오겠다는 세인이의 말을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