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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근심도 가지치기를 해줘야 내가 살 수 있다. 남편의 친구들은 여전히 마주 앉아 자신들의 미래를 꿈꾼다. 내 나이 60이 되면 슬슬 용돈이나 벌면서 여행이나 다닐거라고. 그 낭만이 당연히 자신들에게 주어질 신의 계시마냥 큰 소리로, 아주 크게 자신들의 부인을 향해 호기를 부린다..
무쇠가 아닌 몸은 쓰여진 만큼만 소용이 되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눈도 시려오고, 목도 잠기고, 그 좋았던 사람들까지 귀찮아지는 것으로 감지된다. 장담하며 건재했던 내 몸에서 삐걱거림의 조짐이 느껴졌다. 노인네들처럼 날씨 탓인가, 주변 분위기 탓인가. 어리고, 이보다 젊을 때..
언니.... 나 막내고모예요. 많이 힘들고 고달프죠? 언니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아파요. 우리를 왜 거부하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시간이 필요할 거 같네요. 이번에 수련이 대학입학하는데 많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하니까 계좌번호 좀 넣어주세요. 항상 건강 챙기시고 너무 무..
2013년 2월 1일 금요일 비 여름 장마비처럼 온 종일 눈물같던 비는 이제 자욱한 안개로 변했다. 혹한으로 애먹이던 겨울이 이렇게 안개 속으로 흩어지는가? 살아있는 우리들은 이제부터 묵은 겨울은 내쳐 버리고 저마다 봄을 떠받들어 칭송하며 숨죽여 이 날을 기다려 왔노라 갖은 아부를 ..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으면? 네비게이션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그마저도 없다면 그대로 미아가 되는 것, 분당에서 처인구 김량장동이라는 곳엘 가야 했었다. 저녁 시간에.... 출구를 잘못 찾아 뉴턴을 서너 번 반복하고 나니, 도로비만 왕복 6,600원이 나왔다. 30분 거리가 1시간을 넘겨가..
포항에서 이틀을 신세지고 왔으니, 이번엔 자기 차례라며 둘째가 그 친구를 데리고 온단다. 재수학원 친구, 며칠 전부터 "포항처녀"라고 별명 붙인 친구의 가정사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면서, "엄마, 그 얘네 부모님은 1년 전에 이혼을 했대. 엄마는 오직 집 밖에 몰라서, 쓸고 닦고, 꾸미..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었나?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나 보다 했는데, 기웃기웃, 고개를 갸우뚱 하며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 있는데 궁금해 미치겠는 사람처럼 내 일하는 사무실을 들어왔다, 나갔다를 몇 번 하다 기어코 묻는다. "여기 사장님 어디 가셨어요? 지난 번 모자 쓰고 있..
"학교" 드라마 마지막 회를 보면서, 제대로 된 선생들이 아무리 포기하지 않으려 해도 아픈 손가락인 오정호 학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기에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붙잡는 것 또한 최선이 아님을... 그래서 눈물이 난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누군가 자신을 진심으로 애타게 바라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