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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문득 어느 때엔
    나의 글 2013. 6. 18. 18:37

    내 나이 또래의 여자가 울고 있다.  아니, 엉엉 소리내어 통곡을 한다.

    저렇게 앞에 앉아서 울 수 있도록 의자가 구비되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나는 늘 선 채로 벌 서듯이 휴지뭉치를 움켜쥐고 꾹꾹 누른 울음을 울었는데

    저 여자는 시원스레 통곡이란 걸 할 줄 안다.

     

    슬그머니 내 눈물은 감추어 두고 여자의 눈물을 구경했다.

    바로 앞에서는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이 되어

    때 놓친 내 통곡은 어디로 갔는지....

    그에게 미안해야 하는가.

     

    입술을 꽉 깨물고 두 눈이 벌개지도록 힘주어 안간힘 써 왔던 시간들이

    영화처럼 스쳐간다. 

    그리 길지 않은 지난 날이 꽤 오래 전처럼 기억의 조각들은 문득 문득

    조각난 케잌처럼 적재적소에서 그 부분만 알맞게 먹을 수 있도록

    포장되어 내 앞으로 놓여지곤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은 그만큼만 먹어야 하는 것처럼

    기억은 언제나 단발마로 안녕을 고했고

    나는 다시 일상을 맞곤 했었다.

     

    막내는 두고 위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야탑에 있는 추모공원엘 찾아갔었지.

    그가 이젠 더 이상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음을 감지했을 때....

    (이번 참에 당신의 묘자리와 함께 아들의 묘를 같은 곳에 미리 잡길 원했지만

    그 어떤 잡음도 내 것으로 소화시킬 수 없던 순간에

    어머님까지 챙길 여력은 당연히 내게서 이유 모를 분노를 일으켰고)

     

    휘휘 바람을 타고 제 아빠의 누울 곳을 고르라며 재촉하는

    엄마의 혹독함을 원망할 줄도 모르고  다 큰 어른이 되어

    분양 상담석에 앉아 있던 그때,  난 참 철이 없었다. 

     

    추모공원 계단을 내려오다가 문득 그 대목이 가슴을 후벼판다.

    곁가지로 딸려 오는 줄거리까지야 감당할 수 없으니

    얼른 고개를 흔들어 기억을 끊어내자.

     

    더 이상은 너무 잔인하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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