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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일 목요일 맑음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수련이가 외출에서 돌아왔다. 늘 명랑하고 즐거운 얼굴로 들어서는 둘째, "엄마, 이젠 다 놀았어요. 내일부터는 공부를 다시 할 거예요. 더 이상 흥미도 없어졌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 봤으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수련이가 먼저 ..
춥다, 정말 춥다. 영하 16도를 웃도는 날이 계속 되다 보니 내린 눈이 녹지 못해, 그대로 눈썰매장이 되어버렸다. 온통 눈 세상, 웬만한 공터에선 눈썰매장이 되어 아이들에겐 천국이 되었단다. 오늘부터 영어학원에도 가야 하고, 오후엔 아르바이트도 시작한다는 세인이, 판교역까지 자동..
대학 3학년이 되는 큰 딸과 이번에 수능시험 합격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둘째딸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참 맞지 않는 아이들이란 답답함에 부딪쳤다. (큰 얘의 생각은 이랬었다. 둘째 수능시험만 끝나면 함께 그동안 미뤄뒀던 쇼핑도 하고, 집에서 맛있는 것도 해먹고, 미래에 대해서 의논도..
2013년 1월 2일 수요일 맑음 지난 밤 내린 눈 때문에 아침 출근 길을 어찌 하나 고민하다 막상 나서고 보니 이 또한 별 일 아니었다. 사는 게 별 거 있나, 이렇게 무시하고 살면 살아질테지. 밤새 희망을 꿈꾸는 것도 모자랄 판에, 자꾸 절망적인 생각에 나를 묶어두고 아이들은 컸다고 저마..
2013년 1월 1일 화요일 밤 늦게 눈 지겹도록 내리는 눈이다. 거리마다 이 하얀색의 빛깔이 벗겨져 맨 몸뚱이 바닥을 드러내기란 좀체 쉽지 않을 듯 하다. 세인이와 수련이의 갈라진 우애는 붙여지기 어려울 듯 하고.... 새해 첫 날이니 부지런히 집안 청소를 하고, "아빠한테 다녀오는 것으로..
세인아빠가 떠난 그날부터 나에게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경계선은 그리 의미가 없다. 그저 두루말이 병풍처럼 한 줄기인 것을, 눈물도, 웃음도 온전하지 못하고 반쪽이 되어 늘 엉거주춤이다. 집 전화로 전화벨이 수도 없이 울려도 누구도 받지 않다가 아이들 중 누군가가 받으..
오늘은, 살고 죽는 일에도 지혜가 필요함을 깨달아야 했던 날, 우리처럼 죽도록 일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에겐 자신을 위한 그 어떤 투자도 사치로만 여겼을테고, 세상살이에 일을 빼고는 곧 나태에 빠진 것처럼 나 자신을 경멸로 몰아갔던 그때가 처음으로 한심스럽게 느껴졌던 날, 함께 ..
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맑음 세인이와 미술전시회를 다녀오다. 방학 이후 꼬박 집에서 공부만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던지 오늘은 바깥바람이라도 쐬고 와야겠다고 집을 나서다가 엄마도 따라가 줄까 하니 "갈려면 어서 나와 왜 자꾸 망설여?" 내가 왜 이럴까? 지금 아이들과 친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