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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봄이 우리를 살린다. 지난 겨울 지나치다 싶게 내린 폭설과 함께 어수선하던 아이들의 마음도 이제 그만 제자리에서 멈췄다. 우려와 걱정은 늘 앞서가기 때문에 그르치는 것, 걸음을 맞춰 갈 수 있을만큼만 걱정하기로 하자. 좁은 공간에 나를 가둬둔채 애끓는 마음으로 살지 말고 ..
경찰관이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남편분과 함께 가셔서 합의를 보시던지요." 이젠 낯선 단어가 되어버린 그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됐습니다.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에겐 편 들어줄 그 사람이 없는데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말하는 그 경찰관이 나를 무시하지 않는 것 같아 오..
복잡하게 일이 꼬였을 때는 액땜한 셈 치고 없었던 일처럼 버려 버릴까? 차근차근 꾹꾹 참고 견디며 내 능력을 한번 실험해 볼까? 두 가지 생각으로 도무지 답이 없었다. 비슷한 경우의 상황에 맞닥뜨렸던 사람들의 경험을 도움받아본들 뾰족한 수도 없는 것 같고, 감정대로라면 확 치받..
지방으로 내려간 아이의 하숙집에서의 첫날 밤, 우리집 둘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지금 저녁 7시가 넘었는데 밥 먹으라는 연락이 없어. 어떻게 하지?" - 전화를 한번 해봐. "해봤는데 기다리고 있으래. 다 되면 노크할테니 그때 내려오래. 엄마, 그런데 하숙집 아줌마 되게 불친절해. "..
엄마는 분명 하나인데, 자식의 숫자만큼 갈라져야 하는 것도 엄마의 몫인 것 같다. 막내이모에게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먼저 취해 눈물바람이라도 낼 줄 알았는데 이토록 무덤덤한 감정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가 큰 아이한테 핀잔을 들었다. "엄마는 참 이기적인 사람이예요. 상대방..
모처럼 혼자서 자유를 느끼며 쾌재를 부르고 있을까? 다빈이는, 두 언니의 구속에서 벗어나.... 점심을 챙겨 먹었느냐며 전화를 했더니 다빈이가 청소기를 돌리고 있다 했다. 정말 심심해도 너무 심심했나 보다. "엄마, 저 칭찬 많이 해 주세요. 지금 대청소 하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막내..
마음이 한 줄기로만 흘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시각각 봄이었다가, 여름이었다가 4계절을 아우르며 다시 또 줄기를 이룬다. 흩어진 마음을 모으고 모아 하나로 만들어 놓고 기어코 이것이 나라며 정신을 집중시킨들 그 마음이 나라고? 나는 없다. 어제 늦은 저녁 퇴근했던 기억은 접어..
이상도 하지? 오늘.... 사무실 직원이 백여만원의 손해를 끼쳤어도 화가 나기는 커녕 피할 수 없던 일이라 여기는 나에 대해서, 또 다시 정말 오랜만에 남편의 장례식에서 본 것은 치지 않고 8년여 만에 바로 맡의 동생에게 먼저 전화를 해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느냐 물었던 나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