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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엔 2월에 29일이 없다. 덤으로 붙어 있을 그 하루가 빠져 28일이 말일이란다. 2012년 2월 29일, 내 방의 달력은 여전히 1년의 세월과 무관하게 그 시간에 멈춰 있다. 병원을 오가면서 음악이라도 듣겠다고 사다 놓은 미니오디오 위에 십자가처럼..... 해 지난 달력을 떼어낼 용기가 내겐 ..
아이와 부대찌개 2인분을 시켜놓고 앉았다. 우리끼리 마지막 만찬이라 명명하며, 아쉬웠던지 자꾸 뭔가 빠진듯 다시 가방을 흩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나선 길, "엄마, 군대 보내는 엄마들 마음은 어떨까? 더 슬플 거야?" - 너도 군대 갔다 생각하려구. 야트막한 냄비 속의 햄과 라면과 김..
정월대보름 오곡밥을 먹으러 갔다 온 아이들은 아가씨(고모)가 처량하게 "할머니 오래 오래 사셔야 해. 그래야 덤으로 날 보러 올테니..." 그런 고모가 가엾었단다. 엄마의 심리상태 여하에 따라 슬그머니 하나씩 던져 보며 그 물결의 반응을 보려는 듯한 아이들. 작년 그 즈음 아들이 사다..
이른 새벽, 하숙집에 보낼 짐을 싸면서 둘째가 자기 친구와 나눴던 얘기를 꺼낸다. 요 며칠 이런저런 문제로 언성을 높였던 게 미안했던가, 화장품(아이샤도우) 하나를 샀다며 엄마 가방 속에 넣어 주기까지.... "엄마 걔네 집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야. 할머니가 모든 경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오길래 큰 얘한테 한바탕 하고, 작은 얘한테 전화로 한바탕 했더니 중학생 막내가 엄마에게 그런다. "엄마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 그땐 괜찮을 것 같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래요? " - 그래, 네 말이 맞다. 언니들 때문에 목이 다 쉬어버..
드라마에서 갑자기 말문이 막힌 주인공들을 보았을 때,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 죽는 날까지 아이들이 전부라 믿으며 최선을 다하리라던 굳은 결심이 일련의 배신감이 들면서 생각이 꺾여 지려 한다. 내게서 말이 밖으로 도무지 나올 생각..
잊을 수 없을 듯 슬픈 자리는 이제 커 가는 아이들과의 갈등 뒤로 물러섰다. 한 아이가 소리 없이 늦은 귀가로 속이 타는데, 다시 다른 아이가 늦도록 소식이 없다.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TV 채널 이곳 저곳을 꾹꾹 눌러 본들 네모난 화면 속의 그림은 너울너울 소음으로 들리는 귀와 눈..
지방에 내려가는 아이의 짐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 마침 하숙집에서 엄마가 정 바쁘면 택배로 미리 보내주시면 된다길래 그리 말했더니, 아이 하는 말이 "내가 고아냐, 고모한테 태워다 달라고 할거다" 시간을 낼 수 없는 나 대신 누군가가 그 일을 해준다는 데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