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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 대학 신입생 "엄마, 김치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지?" - 하숙집에 김치가 있니? 밀가루랑 후라이팬은..." "여기 얘들 많으니까 다 해결할 수 있어." 첫날 딱 하루 외롭다 떠들더니 3주째 접어들자 줄곧 독립적인 삶에 날개를 단듯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콧노래..
올해로 63세 된 오빠가 있다. 아주 먼 발치서 바라다본 오빠는 지극히 가정적이지 못해 아내가 다른 자식이 여럿이고 그야말로 제 것 하나 온전히 이뤄내지 못한 그럼에도 늘 허허거리며..... 실속없는 그런 오빠가 내 어렸을 때는 나름 기대하는 바가 커서 비난을 하면서도 그런 오빠가 좋..
은영이네 들를 때마다 빈 손으로 가지 않는 내가 부담스러웠던지 은영엄마는 "그냥 와도 돼." 하고 작게 말하곤 했다. 지하 장갑공장에서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 수작업으로 일을 하는 그녀, 직원을 두면 그나마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서 잠깐 마실 나가는 것 조차 여유..
은행에서 1년 예금만기가 다 되었노라고 전화가 왔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빠른게 세월이라고 했던가. 다시 폐기능만 회복되면 될 것이란 말도 안되는 기적을 바라고 믿었던 그 때 그 순간들이 어제 일처럼..... 이만큼이면 괜찮아질까? 다시 또 이 만큼 왔으니 잊혀질까 날마다 날짜세기..
다빈이가 김치전을 부친다. 카레에 비빈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도 허기를 느꼈던가. 엄마 몫이라고 함께 비벼놓은 다른 그릇의 카레밥을 몇 숟갈 더 떠먹기도 하더니 2013년 3월 13일 저녁에.... 무말랭이 김치를 하느라 이것 저것 늘어놓은 씽크대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며.... 밀가루..
아침 일찍 교복 입기 귀찮으니 체육복을 입고 집을 나서는 막내 여자 아인데 많이 털털하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가사내용처럼 우리 집 중3 막내의 멋진 소신은 엄마를 눈물나게 한다. "엄마 이제 저도 중3이 되었네요. 제가 내일..
음력 2월 2일, 어머님의 85세 생신이 오늘인데 당신의 세 딸들과 미리 일정을 치룬 후라 어머님께 드릴 50만원이 든 봉투를 전해 드릴 기회를 놓쳤네. 아이들에게 보낼까도 했었다. 벌써 며칠째 김치냉장고 위의 봉투는 외롭게 숨을 쉬고.... 이제쯤 행여 만나질 수 있을까 했었는데 쉽지 않..
"엄마, 일찍 오세요." 긴 말을 즐기지 않는 중3 막내의 단지 그 한마디에 감동이라니....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문자로 뜨는 카드내역으로 대신 되는 세상 각자 잘 살아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 참 재미없는 일상을 꾸역꾸역 채우고 늙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