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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전화를 했다. 이번 주 토요일 부부모임이 있으니, 그리 알라고... 그들이 볼 때 나는, 여전한 마음 그를 위해 기도로 온 종일 사는 줄 아는 모양이야. 불러주는 것은 대단한 특혜라도? 아니면 거역할 이유조차 만들지 못할 지고지순을 꿈꿨던가? 숨소리 없는 그림자 하나를 드리..
아주 늦은 밤, 둘째가 유자차 한 잔을.... 진작부터 대전으로 떠난다, 떠날 것이다 외쳐 대더니 막상 마음이 걸리는 무엇이 있는지 자꾸만 망설임으로 내게 위로를 준다. "엄마, 건더기까지 꼭꼭 씹어서 드세요. 그리고 물을 많이 먹고." 목이 컬컬한 기가 있어서 이비인후과엘 갔었다. 높은..
아침부터 부고 알림 전화! 예정된 죽음이라고 누가 이른 적 없어도, 기차놀이처럼 차례차례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이제 영원은 없다. 다시 한 사람, 우리 사는 곳에서 먼지처럼 사라져 갈 뿐이니. 나는 오늘 둘째 대전 데려다 줘야 해서, 직접 갈 수는 없고,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 ..
종이 호일을 후라이팬에 깔고 갈치를 구웠다. 주변으로 튀는 기름을 막아내기 위해 사 두었던 호일이 꽤 쓸모가 있더군. 이른 새벽이어도, 내겐 늘 같은 아침. 열 한 시 넘어 잠들면, 새벽 네 시에 깨어지는..... 고개 숙여 스마트폰 내려다 보는 습관을 눈치껏 줄이고자 슬금슬금 아이들의 ..
누구라고 그와 나만의 이야기를 할 것인가? 가고 없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춰 내라면..... 나는 끝없을 죄인이 되어, 멈췄던 통곡 되돌아 울부짖을 수도 없고, 지나친 강, 가슴까지 차오른 물 길일랑 걸음 걸음 들어가기도 힘든데, 발만 동동 구르다 말, 어처구니 없을 미련. 유난히 햇볕이 ..
허공에 떠도는 말들 중에서 바람결에라도 가장 듣기 싫은 말, 속상함의 원인이 그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재빨리 잊어야만 한다. 멘붕 상태일 때는 눈물도 바람을 탄다. '애맨 말!" 살아내려고 하는, 살아내야만 하는 내게, 못나고도 유치하기 이를 데 없이 뿜어져 나온 한 줄기 공해, 나는 ..
"할머니가 계시는 요양병원에 돈이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갖고 있는 모든 것이 없어진 다음에..... "그럼 과일이라도 갖다 드려라." - 예, 할머니가 그랬어요. 주변에 오랫동안 병원생활 하는 젊은 사람, 어려운 사람들을 보고 이토록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