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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주인 없어도 한 달에 육만 육천원짜리 CCtv 조수는 사람보다 낫다. 오늘처럼 냉장고 속 같은 날씨엔 철문 뒤 손잡이에 걸린 열쇠줄이 경기 일으킬듯 차가와도 이른 아침 아쉬운 발길을 섭섭잖게 하는 댓가로 나보다 먼저 문을 열어 놓곤 한다. 꼭꼭 닫아 건 인심을 풀고, 알아서 계..
세인의 안랩 인턴직을 그만 두는 날, 인수인계 마무리 하고 다른 팀 상사가 저녁을 사 준다 해서 먹고 들어간단다. 회사에서 근무 연장을 권했지만, 고작 백만원의 월급으로 내 앞날 발목 잡히는 건 아니어서 남은 시간 빡세게 공부 더 해 안정된 직장을 잡아야 한다나? "그래. 네 하고 싶..
그 즈음의 나는 만만한 때를 기다리며 물음표로 일관되었었고, 지금의 나는 왠만한 일에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지 않고 주억거리며 세상을 바라 본다. 아직 달관이라기엔 이르지만.... 하고 싶은 말이라면 밤 잠을 못 이루더라도 두서 없이 시작하기가 매번 일등이었지. 다들 할 말이 없어 ..
이별의 선물 치곤 약소하기 이를데 없지만, 이때껏 초등부 아이들만 줘서 죄송하다고 남은 사탕 모두를 내어 놓은 보좌신부님. 하나를 가져도 필요가 없으면서 서너개를 집었다가, 도로 두 개를 내 놓았다. 가져가는 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많이 모자란단다. 고백소에서 자신의 잘못을 온..
저녁 밥 때라서 맛있게 끓여진 동태국을, 그리고 보성 큰 언니에게서 보내져 온 절임 배추 사진을 수련에게 보냈다. 배 고프지 않느냐고.... 멋내기를 좋아하는 수련은 "감자야? 전부..." 해 놓고는 라쿤 야상이라나? 혼자서 이런 포즈, 저런 포즈를 취해 찍은 사진을 연달아 내게 보냈다. 9..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이렇게 없을까? 나란 사람은..... 그래서 가끔 슬프기도 해. 남들 해 주는 건 아낌없이 하면서도." 막내의 시험기간 내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하루는 순대국밥, 또 하루는 날치알밥, 어제는 조박사 짜장면 집에서 중간 맛 짬뽕으로 나름 맛집 여행 중이다. 오..
일년을 함께 사는 일이나, 삼십여년을 웃고 울고 살아온 일이나..... 편견만 아니라면 별 다른 것도 없을진대, 그녀들은 비행기 앞 자리에서 인사치레로 또 묻는다. "태어나서 올해처럼 열심히 살았던 해가 또 있을까 싶네요. 이렇게 노력하고 살기만 해도 나중에 후회할 일이 덜 하지 않을..
돌아선 발걸음이 이대로 끝이 날 줄.... 그러한 때가 있었다. 내 안에 사로잡힌 피해 의식, 못난 생각이 가득찼을 때. 마음 속 매일의 전쟁이 긴 휴전을 겪으면서 날 선 마음도 녹이 슬어가고 이해 못할 것 또한 없을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충분히 삶의 바닥을 치고, 또 치고 난 이후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