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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례식날!
    나의 글 2015. 11. 30. 13:34

     

     

    돌아선 발걸음이 이대로 끝이 날 줄.... 그러한 때가 있었다.

    내 안에 사로잡힌 피해 의식,  못난 생각이 가득찼을 때.

     

    마음 속 매일의 전쟁이 긴 휴전을 겪으면서

    날 선 마음도 녹이 슬어가고

    이해 못할 것 또한 없을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충분히 삶의 바닥을 치고, 또 치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본디의 나를 인정해 주는 세상인 것을,

    그럼에도 잃어버린 시간들이 그리 길지 않음은 다행이다.

     

    윤정(빅토리아)의 세례식이 있는 날,

    꽃 한 다발을 부탁하는데, 망설임이 전혀.....

     

    기댈 곳 없이 저마다 혼자가 되어진 슬픔이 녹아내리고

    텅 빈 공허를 깨달은 우리는

    이제 모두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오랜동안 한 집에 살면서 

    얄미운 시누이, 시집도 안 가고 골치 아픈 시누이란 닉네임으로

    내 시집살이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녀와 나도,

    이젠 여자 대 여자로 대할 수 있게 돼 편해졌나 보다.

    세 살이나 위면서도 여전히 꼬박 꼬박 언니란 호칭을.....

     

    사실 꽃다발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가씨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싶었다.

    어머님 옷을 사 드리니, 아이들이 그랬다.

    "엄마, 고모도 엄청 그런 거 받고 싶어 해. 

     지난 번에 큰 고모 칠순 때 축의금 전했더니, 내 꺼는? 나도 좀 주지 그랬다니까."

     

    혼자서 잘난 사람은 말을 안 해 그렇지,

    외로움이 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최근에사 들었다.

     

    "그러니까, 엄마! 고모도 옷 하나 사 줘."

     

    지들 고모라고 챙기기는...

     

    노란 장미꽃 한 다발을 포장하는 밑으로

    슬그머니 봉투를 건넸더니, 극구 사양을 한다.

    왜 돈을 주냐고.

     

    백마디 말이 무슨 소용일텐가.

    무언의 표시, 그 안에 안쓰러움과 이해가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한가할 때 짜두었다며 목도리 세 개를 건넨다.

    "하나는 언니 것, 하나는 그 아들 것, 하나는 그 분 것...."

     

    아픔을 딛고 일어선 우리는 그 때보다 모두 씩씩해졌다.

     

    맘대로 분노해서 상처 주는 일 또한 삼갈 줄도 알고....

     

     

    2015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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