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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혼란스러웠을 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지금 알았던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물론 이제가 된들 명확하게 삶의 정답이랄 수도 없겠지만 법원에서 날아오는 서류에 이름 석자 싸인을....연초부터 "이런 지랄맞을 인간....." 법이 없다면 당장에 욕이라도 퍼붓고 ..
변덕스런 날씨는 소한을 앞두고 제 자리를 찾은듯 제법 쌀쌀했다. 이 정도의 추위를 가지고 바짝 긴장을 하다니.... 아들 하나 없이 딸 일곱을 내리 낳아 키운 루시아 자매님 어머니는 큰 며느리임에도 자격 박탈까지 당하고 조용히 살아오신 분, 때문에 서러움 많은 어머니를 심성 고운 ..
삶의 미완성을 탓하지 말자꾸나. 추구하는 완성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니. 원터마을 내리막길에서 느끼한 라디오 DJ 유영재는 '한번쯤'을 열창했다. 기타 소리와 함께 그의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묘하게 신선하다. 라디오 볼륨을 좀더 키웠다. 나와 동갑인 그는 새해가 되어 자식 ..
오른쪽 검지 손가락 지문 인식도 안 되고, 비밀번호 터치도 안 되고.... 두어 달 전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있어 밧데리가 닳아 그런줄 알았는데, 이번엔 진짜로 현관문 도어락의 수명도 다 된 모양이다. 점심도 걸러 배도 고프고, 난감한 상태로 문 앞을 서성이는데 앞집 아주머니가 엘리베..
떠나 온 길에 다시 꽃이 피었다. 살짝 바른 비비크림이 오히려 빛나는 열 여덟 고운 얼굴을 가린다 해도 지금은 거울 속 뽀얀 낯빛이 더 없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5분만 더 .... 더....를 외친다. 드디어 고3이란 멍에를 지고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스스로 되뇌이며 푸념을 반복하지만, 잘 해 ..
엊그제 환갑이 지난 그녀는 술 주정이 과하다. 몰랐을 때는 어쩌다 한 번인 줄 알았는데, 만날 때마다 제자리 걸음인 살아온 이야기는 이만 식상해졌다. 그 정도는 순탄해도 너무 순탄해서 입 밖으로 꺼내기 미안할 듯 한데, 나이 든 푸념은 혼자서 그동안 많이 부대껴 고단했었으려니, 그..
사는 동안에 좋았던 기억만 하고 잘 다녀오기를..... 율리안나의 기일을 하루 앞두고 그는 안성 추모공원엘 갔다. 휴일이었으면 동행해 주었으련만, 빛 바랜 조화나 새 것으로 바꿔 주고 와야겠다는 말에 미리 사다 놓을 걸 했더니, 산소 입구에 많이 판단다. 어제까지 반짝 춥더니, 오늘은..
"엄마, 우리 셋이 내일 놀이공원 가!" - 어디로? 추운데. "몰라. 봐서... 그런데 엄마, 나는 그렇다 쳐도 언니랑 다빈이 좀 신경 써 줘." - 그래. "우리 아직 어리잖아. 엄마도 이해하는데." - 그래.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잖아. 어찌 됐든간." - 그래. "우리 이제 점점 더 커 가고 엄마랑 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