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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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고기집에서.....나의 글 2023. 1. 14. 15:51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 저녁. 아까 신한은행 직원은 무슨 말 끝에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네요? 그러게요. 게다가 우중충 비까지 내리고... 식사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나는.... 세월의 흐름을 더 훗날 비교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이 순간들이 하나 하나 너무 소중해서일까? 만남의 시간들이 어느날 줄어들 때가 올테지. 노화로 인해서, 난데없을 이별에 의해서.... 훗날 세상을 떠날 때 사고사나 병사가 아닌 자연사로 마무리 짓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약이 너무 좋은 세상이 되어 지루하게 긴 수명이 고맙지만은 않은 최근.... 아무쪼록 건강하게 남 신세 안 지고 늙어가기만 바랄뿐이다.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늙어가는 것에 대한 마음준비가 전부가 되어진 지금엔 딱히 호탕한 웃을거리도 별로 없다.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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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나의 글 2023. 1. 12. 17:24
머리가 복잡할 때는 환경 이동을 해야 한다. 미루고 미뤘던 파마를 오늘은 꼭 해야겠어서 어쩐 일로 옹색한 미용실 앞에 주차공간이 .... 다행히 오늘은 자리가 있다. 나만 빼고 여기 오는 손님들은 다 부자야! 라고 외치는 미용실 여자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 한 손님이 짧은 머리 컷트 중이었고 그보다 먼저 와 있던 분은....파마를 말고 있는 상태로 파마 말 때 쓰는 재활용 종이를 일일이 펴서 정리하고 있길래 많이 기다려야 하냐고 물으니 컷트만 하면 곧 된다고 미용실 연수씨가 말했다. 지난번에 들렀을 때 코로나 이후 당뇨가 생겼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과일을 가져갈까 망설이다 그래도 먹을 건 먹어야지 하면서 레드향 한 봉지와 직접 만든 모과청을 .... 건네 주었다. 알고 보니 모과차가 관절에도 좋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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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가 왔다!나의 글 2023. 1. 11. 13:48
부지런한 수련이는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도 곧바로 집안청소 돌입... 일년만의 개운한 집으로? 세 딸 중 두 명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생활상인데 밖에서 바라본 우리네는 견디지 못할만큼 속이 터지는 상황들임에 처음엔 정리정돈을 해 주다가 이젠 한계를 느낀 후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알아서들 살아가는 것이지. 수련이는 3주 머물동안 쾌적한 공간이 절실한 성격이라 후다닥..... 잔소리 하면 너도 하지 마? 그래서 이젠 서로 다치는 말은 삼간다나? 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는 것이고, 어지럽혀진 공간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고. 안 보는게 스스로를 달래는 일이다.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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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대해서나의 글 2023. 1. 10. 15:09
지난 주말 지인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69세 언니(아니 해 바뀌어 어느새 열흘이 지났으니 70)는 세상을 떠난 74세 지인의 영정사진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들었던지 왠 붉은색 옷을 입었다니? 마흔 중반의 딸은 아직 미혼으로 명문대를 나와봤자 무슨 소용이람? 그 엄마가 딸 시집을 못 보내 한이 남았을 거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상주로 인사를 받던 그 미혼의 딸은 어머니의 지인으로 온 언니에게 "나이가 많으셔서요. " 라고 세상을 떠난 이유가 마치 그것인듯 간단히 말했단다. 세상을 떠나는 이유에는 젊어서도 병이 들기도 하건만 모습이 늙었다고 마음까지 주름 가득한 순서대로가 마땅하다 여기는 그 편견이 서글펐던가? 장례식장을 떠나오면서 언니의 뇌리엔 나이가 많으셔서요가 가장 독하게 자리 잡았고 언니의 편견은 그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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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있어서 좋은 시간들....나의 글 2023. 1. 9. 14:30
잔소리 같아도 약이 되는 시간들이 .... 이 또한 선택적인 축복임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혜택이라는 생각은 해서도 안되고 유일하게 내게 온 귀한 순간들임을 잘 새겨 듣고 살아가는 날들에 약으로 쓰면 지금은 알 수 없어도 먼 훗날 기억하리니. 나이가 들어 우리가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니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알려주는 사람 없이도 이젠 너무나 투명하게 와 닿아서 가슴이 서늘해질 순간이 많아져 놀라울 때를 수시로 느낀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만큼 서글픔의 무게도 커졌다는 뜻도 될테지.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고 나면 아주 사소한 것임에도 내게 든 상처가 배로 남아서.... 되도록 말을 아끼는 신세로 전락해 버리고 침묵은 병의 근원이 될진대 자꾸 훈련을 거듭해야 한단다. 가슴 속에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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