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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갑자기 말문이 막힌 주인공들을 보았을 때,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내 죽는 날까지 아이들이 전부라 믿으며 최선을 다하리라던 굳은 결심이 일련의 배신감이 들면서 생각이 꺾여 지려 한다. 내게서 말이 밖으로 도무지 나올 생각..
잊을 수 없을 듯 슬픈 자리는 이제 커 가는 아이들과의 갈등 뒤로 물러섰다. 한 아이가 소리 없이 늦은 귀가로 속이 타는데, 다시 다른 아이가 늦도록 소식이 없다.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TV 채널 이곳 저곳을 꾹꾹 눌러 본들 네모난 화면 속의 그림은 너울너울 소음으로 들리는 귀와 눈..
지방에 내려가는 아이의 짐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 마침 하숙집에서 엄마가 정 바쁘면 택배로 미리 보내주시면 된다길래 그리 말했더니, 아이 하는 말이 "내가 고아냐, 고모한테 태워다 달라고 할거다" 시간을 낼 수 없는 나 대신 누군가가 그 일을 해준다는 데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
"그 친구한테서 돈 받았어요? 오늘 내가 신협에 갔는데 큰 선물 받던데.... 통장 잔고가 웬만해야 주는 거거든요." - 문자로 가끔씩 보내 보긴 하지만 직접 말로 하긴 그렇네요. 양심에 맡기는 거죠. "그래도 그렇지 친구도 없는데 자꾸 독촉을 하세요. 양심 기다리다간 갚을 친구가 아닐 것 ..
머지 않은 3월을 맞으며 다들 바빴다. 3개월여의 빵 집 알바를 마치고 오늘은 수강신청을 위해 대전으로 떠나려는 둘째가 "엄마, 내 자리 언니보고 하라 그래. 집도 가깝고, 끝나는 시간에 빵도 갖고 오고 얼마나 좋아! 언니는 알바 경력이 많아서 환영할텐데..." 빵가게 주인이 들려주는 빵..
설이 지나고 안방 문이 닫혀 있는 게 못 견디겠었다. 늦은 시간, 학원에서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빼꼼히 열었다 이내 닫는 그 "딸깍" 소리가 너무나 싫었다. "엄마, 자네?" 차라리 "엄마 나 왔어요? 왜 벌써 잠을 자요?" 그렇게 요란스런 소리로 나를 부추겼으면 좋겠건만 아이들..
뒤늦게 서울 한복판에 있는 대학에서 추가 합격소식을 듣고도 망설임 없이 "됐어요. 저 갈 데는 이미 정했어요." 하고 끊고서야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집 둘째가 "아휴 아깝다. 엄마와 의논이라도 해야 한다 하고 시간 좀 벌지." - 싫어요. 이미 다 결정된 걸 뒤엎어서 뭐 해? 아이의 선..
불현듯 밀려오는 불안과 공포는 남편을 떠나 보낸 사람에게만 있는 줄 알았다. 남편이 있는 그들도 미래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고, 어찌 보면 더 할 수도 있다고 했다. TV 리모컨을 한 쪽 손에 꼭 쥐고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무자식 상팔자" 등등을 한 회도 놓치지 않으며, 어쩌다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