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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군것질거리를 사달라 조르는 아이처럼 아이들의 할머니와 고모는 10분에 한번씩 세 아이의 스마트폰에다 쉴 사이도 없이 어떻게 할 건지 다그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우리 지금 저녁 먹으러 나왔으니까, 내일 점심 때 쯤 셋이서 갈께요. 지금 가게 되면 차..
집에서 20분 거리에 그가 있다. 유리관 안에 항아리 하나 덜렁 넣어 둔 그 곳에 그가 있다고 생각하란다. 라디오에서 명절이라고 DJ 김기덕은 트롯트를 들어야 제격이라며 심수봉의 비나리를 틀어 준다, "큐피트 화살이 가슴을 뚫고 사랑이 시작된 날..." 그리고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도..
내내 여유롭다가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다급해진다. 다시마 육수를 내어 잔치국수에다, 어제 사온 단호박 찐빵을 쪄 놓았더니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온 중2 막내가 빙그레 웃는다. 춥디 추운 명절 전야, 찾아가려면 이웃이야 많겠지만 내 허한 마음까지 고스란히 들키기 싫으..
2006년 회사 퇴사 2007년 엄마 가심 2008년 2009년 아파트 당첨 2010년 아파트 입주 2011년 세인 아빠 아픔 2012년 세인 아빠 ....... 2013년 현재 그 이전 것은 잘 모르겠고, 그래프로 요점만 정리해 보았다. 알고 보면 해마다 큰 일 하나씩은 치른 셈이다. 비어 있는 2008년엔 아무 일도 없었던 걸까? 그..
영하 17도란다.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데도 이 정도 추위라면....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농협 5일장에서 안흥찐빵 두 박스를 사고, 동태포와 조기를 샀다. 모진 추위 때문에 대목 장사를 망치겠다고 푸념하는 찐빵 아주머니가 첫 개시라고 2천원을 깎아주었다. 찐빵도 차례상에 올리나?..
이제는 진짜 마지막 눈이겠지? 제대로 내린 눈은 아침이 되자 꽁꽁 얼음판을 만들줄 알았더니 거짓말처럼 녹아내렸다. 설 명절에 앞서 카톡으로 감시하듯 간섭하는 고모의 심경을 아이들은 이렇게 파악했다. 아마도 외로움이 극에 달해서 그런 걸거라고... "너네 정말 작년 추석에 차례 ..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 아주 가깝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어느날 꼭 만나자고 하면 기어코 만나줘야 하는 것이다. 옆에서 숨소리를 듣고 있지 않는 한 그가 살아있는지, 알 수 없으니 내 삶에 취해 무심하게 그 간절함을 저버리고 나서 그의 부고를 일년이 지난 후 듣게 된다면....
수련이의 하숙집을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내일 오전에 한번 찾아가 보마 약속을 해뒀다. 아이는 혼자 자취를 해보겠다고 우겨도 그것은 되지 않을 일이라 못박아 두었다. "엄마는 이번 한번은 대전에 내려가 줄 수 있지만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 성가시게 해서는 안된다. 엄마 복잡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