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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서 머물기만 하고 있는 내가 슬며시 지겨워지려 한다. 숨소리도 고르게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구경꾼처럼 일하는 게 뭐 그리 좋겠다고 다른 돌파구를 모르니 애써 의연한 채라도 해야지. 내 본심을 모르겠다. 작은 아이한테 엄마를 물으면 "엄마한테는 이러 저러한 장점이 있어" ..
넓혔던 오지랍을 좁히니 손 끝에서 행복이 만져지는 듯 하단다. 은행의 여직원은 오늘이 월요일 오전시간이라 한가했던 건지 나를 붙잡고 한참 이야기를 하잔다. 내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는데,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다. 벌써 몇 사람에게 들었으니.... 나이 오십을 바라보며 그 중턱..
꿈을 꿨다. 지난 밤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를 보면서 대가족의 모습이 부러웠던가 꿈에 그 비슷한 나의 가족들이 대거 출연한 것을 보면.... 평소 착한 사람이 되어 못해 준 따뜻함을 언제나 전해주려나 그 못 이룬 소원을 한꺼번에 하룻밤 꿈에서 해치워 버렸다. 동생에게도, 언니들에게도..
아이 하나, 대학 신입생 "엄마, 김치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지?" - 하숙집에 김치가 있니? 밀가루랑 후라이팬은..." "여기 얘들 많으니까 다 해결할 수 있어." 첫날 딱 하루 외롭다 떠들더니 3주째 접어들자 줄곧 독립적인 삶에 날개를 단듯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콧노래..
올해로 63세 된 오빠가 있다. 아주 먼 발치서 바라다본 오빠는 지극히 가정적이지 못해 아내가 다른 자식이 여럿이고 그야말로 제 것 하나 온전히 이뤄내지 못한 그럼에도 늘 허허거리며..... 실속없는 그런 오빠가 내 어렸을 때는 나름 기대하는 바가 커서 비난을 하면서도 그런 오빠가 좋..
은영이네 들를 때마다 빈 손으로 가지 않는 내가 부담스러웠던지 은영엄마는 "그냥 와도 돼." 하고 작게 말하곤 했다. 지하 장갑공장에서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 수작업으로 일을 하는 그녀, 직원을 두면 그나마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서 잠깐 마실 나가는 것 조차 여유..
은행에서 1년 예금만기가 다 되었노라고 전화가 왔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빠른게 세월이라고 했던가. 다시 폐기능만 회복되면 될 것이란 말도 안되는 기적을 바라고 믿었던 그 때 그 순간들이 어제 일처럼..... 이만큼이면 괜찮아질까? 다시 또 이 만큼 왔으니 잊혀질까 날마다 날짜세기..
다빈이가 김치전을 부친다. 카레에 비빈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도 허기를 느꼈던가. 엄마 몫이라고 함께 비벼놓은 다른 그릇의 카레밥을 몇 숟갈 더 떠먹기도 하더니 2013년 3월 13일 저녁에.... 무말랭이 김치를 하느라 이것 저것 늘어놓은 씽크대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며.... 밀가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