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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의 칠순 문제로 한달 내내 바쁘게 움직이느라 우울증이 덜 하더니 그 형부가 칠순의 뒷풀이로 수 백만원짜리 자전거를 맞추러 갔다며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다는 언니, 흥이 나서 저러고 다니는 형부가 미워 죽겠단다. 즐거움의 순간은 정말 잠시인가 보았다. 둘이서 한 마음인 부부..
작년의 오늘은 수요일이 아니라 화요일이었지. 올해는 기억하기 좋으라고 날짜와 요일이 하루씩 밀려서 되짚어 생각하기가 수월했다. 작년의 오늘은 벼랑끝에서 아슬아슬 웃음이 울음같고, 울음이 웃음 같았던 공포로 연명했던 기억인데 그 재작년의 오늘은 또 있게 될 내일을 기약하며..
지난 주에 국가장학금 신청한다고 가족관계증명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기에 아이 명의로 떼어서 보냈더니 잘못되었는지 다시 보내라 했다. 보호자 명의로 해서. 명단 발표는 이미 어제 했건만 둘째는 그래도 모르니 다시 보내겠다고 했으니까 빨리 서두르라고 아주 급하게 전화를 했다. ..
오늘 수요일에 내가 한 일. 카센터에서 자동차 깜박이 등을 교체하고, 동사무소에 들러 본인 명의의 (지난번에 보낸 것은 아이 것이어서) 가족관계증명서 한 통을 떼어 국가장학금신청용으로 팩스를 다시 보내고 거래처 두 군데를 들러 일을 보고, 다시 수진동에 있는 전셋집 계약건으로 ..
봄이라고 해가 많이 길어졌다. 여섯시가 훨씬 넘었어도 해가 남아 있는 걸 보니 매서운 꽃샘추위가 가끔씩 겁을 주어도 끄떡없는 봄은 제 길 재촉을 멈추지 않았던가 보았다. 나 또한 그리 살아야 할텐데..... 어머님이 무쳐서 보낸 미나리 나물과 미역줄거리 볶음에 노오란 속배추를 고추..
토요일, 2주만에 다시 집에 온 둘째가 엉덩이를 제대로 붙인 건 잠들어야 하는 늦은 12시가 되어서였다. 그 순간마저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으니... 그리고 오자 마자 월요일 첫 차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고 설레발이다. "그러려면 뭐하러 온 거야? 그냥 거기 있지. 집에 왔으면 ..
둘째가 아침 일찍 할머니 집에 들르고, 첫째는 오후에 할머니 집에 들르고 맘이 안 맞는 둘은 늘 따로따로 움직인다. 그중 둘째에게 빈 김치통들을 챙겨 들려보내면서 생활비 봉투를 끼워 넣었더니 짜증을 내며 재빨리 빼라 한다. "왜 만나진 않으면서 돈을 주느냐고....." 첫째에게 영어시..
둘째 형부 칠순에 드릴 축의금 봉투에 내 이름 석자를 썼다. 부부가 함께였을 때는 늘 그의 이름을 썼는데.... 오십년을 함께 한 나의 이름이 무척 낯설다. 꾹꾹 힘을 주어 세 글자를 쓰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나. 속절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제부터의 삶은 늘 반쪽인 듯, 그래서였을까. 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