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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하나 넘기며 다시 나는 대범해졌다. 신이 하는 일이 아니고 사람이 하는 일이니 성난 감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곧 누그러지리라. 내가 믿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 한 번쯤 할 수 있음을 바닥에 깔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누구나 입장에 따라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
말로는 포기한다고 했지만 머리에서는 미결상태로 밀쳐둔 꼴이 용납되지 않아 울화가 치밀고.... 자꾸 억울한 마음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문을 구해 본다. 혹여 듣는 이가 바보같다 하면 어쩔까는 내 풀어가는 답의 여정에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깟 자존심이 무어라고... 큰 ..
혼자서 결정해야 하고, 부닥뜨려야 하는 일에 겁이 났어도 혹시 모르니 더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처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원래부터 내게 이런 찬찬함이 있었던 건지, 스스로 냉철한 판단을 재빨리 하되, 질질 끌지 말기도 돈 몇 푼 때문에 마음이 다쳐서는 안 됨을 제일로 쳐야 하노라고 ..
3월의 봄이 우리를 살린다. 지난 겨울 지나치다 싶게 내린 폭설과 함께 어수선하던 아이들의 마음도 이제 그만 제자리에서 멈췄다. 우려와 걱정은 늘 앞서가기 때문에 그르치는 것, 걸음을 맞춰 갈 수 있을만큼만 걱정하기로 하자. 좁은 공간에 나를 가둬둔채 애끓는 마음으로 살지 말고 ..
경찰관이 말했다. "정 그렇다면 남편분과 함께 가셔서 합의를 보시던지요." 이젠 낯선 단어가 되어버린 그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됐습니다.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에겐 편 들어줄 그 사람이 없는데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말하는 그 경찰관이 나를 무시하지 않는 것 같아 오..
복잡하게 일이 꼬였을 때는 액땜한 셈 치고 없었던 일처럼 버려 버릴까? 차근차근 꾹꾹 참고 견디며 내 능력을 한번 실험해 볼까? 두 가지 생각으로 도무지 답이 없었다. 비슷한 경우의 상황에 맞닥뜨렸던 사람들의 경험을 도움받아본들 뾰족한 수도 없는 것 같고, 감정대로라면 확 치받..
지방으로 내려간 아이의 하숙집에서의 첫날 밤, 우리집 둘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지금 저녁 7시가 넘었는데 밥 먹으라는 연락이 없어. 어떻게 하지?" - 전화를 한번 해봐. "해봤는데 기다리고 있으래. 다 되면 노크할테니 그때 내려오래. 엄마, 그런데 하숙집 아줌마 되게 불친절해. "..
엄마는 분명 하나인데, 자식의 숫자만큼 갈라져야 하는 것도 엄마의 몫인 것 같다. 막내이모에게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먼저 취해 눈물바람이라도 낼 줄 알았는데 이토록 무덤덤한 감정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가 큰 아이한테 핀잔을 들었다. "엄마는 참 이기적인 사람이예요. 상대방..